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은 국가정보원의 기획공작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을 고발했다. 피고발인에 탈북 사건을 공개한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도 포함됐다.

민변은 14일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할 내용을 밝혔다. 민변이 공개한 고발장에 따르면 식당 지배인 허강일 씨는 정지용(국정원 해외정보팀장, 민변은 가명일 수 있다 밝힘)에 탈북하겠다며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정지용은 “무조건 종업원 모두를 데리고 와라, 박근혜 대통령이 비준한 작전이고 기다린다”(jtbc 인터뷰 내용)며 집단탈북을 요구했다. 허씨를 따라나선 종업원들은 말레시이아 한국 대사관에 도착해서야 한국에 간다는 걸 알았고, 허씨는 종업원에게 한국 드라마를 본 것을 보위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자유의사에 따른 탈북임을 강요했다.

▲ 2015년 7월 박근혜씨와 이병호 전 국정원장. ⓒ 연합뉴스
▲ 2015년 7월 박근혜씨와 이병호 전 국정원장. ⓒ 연합뉴스
민변은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겐 감금행위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자유의사가 아닌 강요로 탈북 했는데도 자유의사로 탈북한 것으로 확인서를 작성토록 하고,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채 4개월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머물게 한 건 감금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민변 소속 변호사가 북한식당 종업원에 접견 신청을 했지만 이 전 국정원장이 거부했다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권리와 변호인 접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종업원들의 북측 가족들은 유엔인권최고대표와 유엔인권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송환을 요청하고, 민변 소속 변호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에 민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신보호법에 따른 인신구제를 청구했고, 종업원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지만 모두 불허 당했다.

민변은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통일부 대변인으로 하여금 종업원들이 입국한지 하루 만인 2015년 4월8일 집단탈북 사실을 발표하게 했다면서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 것이며 정치관여 금지를 명시한 국정원법과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성명 불상의 국정원 요원에게도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해서는 안된다” 등 직권남용을 금지한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민변은 “국정원이 종업원들을 집단으로 탈북시킨 동기는 당시 국회의원 총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함이었음이 밝혀졌다”면서 “피해자 종업원들과 그 부모들에게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로 강제로 격리되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인권침해의 극악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 지난 2016년 4월7일 탈북자 1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숙소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 지난 2016년 4월7일 탈북자 1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숙소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민변은 자유의사를 확인한 탈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송환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정호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는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민족 분쟁으로 발생된 문제, 이산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 12명 종업원 문제야말로 시급을 요하는 가장 긴급한 인도주의 사안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이 문제가 적어도 지금 분단 냉전 체제를 허물고 한반도 평화와 교류 협력시대로 나가는 시기에 남북 양 정부 공동 노력에 발목을 잡는 장애가 돼선 안 된다는 게 변호인단 공통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추가로 고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천낙붕 변호사는 “좀 더 증거가 명확해지면 대통령과 비서실장 고발이 추가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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