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네이버 소식으로 도배됐다. 지난 10일 전국단위 조간·석간 종합일간지는 일제히 네이버의 뉴스·댓글 정책 개편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사설을 썼다. 

댓글조작 방치 의혹·뉴스 편집 공정성 논란이 잇따라 불거진 네이버는 지난 9일 뉴스 서비스를 모바일 첫 화면에서 빼는 강수를 뒀다. 언론의 아웃링크 요구에는 ‘선택형 아웃링크’를 결정했다. 

네이버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입장은 복잡하다. 네이버의 뉴스 정책은 한국 여론과 저널리즘 생태계를 좌우할 중대 현안이라서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개별 언론사는 이해관계 당사자이기도 하다. 미디어오늘도 마찬가지다. 특히 방송과 달리 ‘뉴스’가 핵심 상품인 신문사 입장에서 네이버의 정책은 언론사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언론은 ‘자사 이기주의’가 아닌 ‘공익’을 논해야 하고 다수 언론의 사설은 표면적으로나마 ‘공익’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이비 언론’ 프레임 다시 꺼내든 조선일보

그러나 10일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의 사설은 차원이 달랐다.

“언론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많은 ‘언론사’가 힘을 갖고 기업을 협박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네이버를 이용한 것이다. (중략) 엉터리 언론사들과 네이버를 연결하는 방식이 바로 ‘인링크’다. ‘인링크’를 그대로 두면 네이버의 유사 언론 행위와 사이비 언론의 갑질이 없어질 수 없다. (중략) 제2, 제3의 뉴스 장사꾼과 인터넷 여론 조작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10일 조선일보 사설)

“포털 전재료 없인 생존이 어려운 유사 매체들이 인링크를 선택해 더 활개 치게 마련이다. 가짜뉴스, 댓글과 공감·비공감 폭탄 등을 통한 여론 왜곡·조작의 폐해도 더 커질 개연성이 크다.”(10일 문화일보 사설)

▲ 10일 조선일보 사설. 디자인=이우림 기자.
▲ 10일 조선일보 사설. 디자인=이우림 기자.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네이버가 지금처럼 인링크를 유지하게 되면 사이비 언론이 활개를 칠 거라고 우려하며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네이버가 전면 아웃링크 도입을 하지 않은 점과 ‘사이비 언론’ 문제는 직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반대다. 네이버가 ‘선택형 아웃링크’를 제안한 대상은 수천개에 달하는 언론 가운데 인링크 제휴 매체 70여곳 뿐이다. 네이버의 제휴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탓에 멀쩡한 매체들도 인링크 입점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인링크 매체 가운데 어느 언론이 ‘유사 언론’ ‘사이비 언론’ ‘뉴스 장사꾼’인지 명확히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

사이비 언론 프레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언론이 광고주를 협박하는 게 문제이긴 하겠으나 이 같은 관행은 언론사의 규모와는 무관한 한국 언론 전반의 문제다. 조선일보, 문화일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이비 언론 프레임 자체가 비주류 매체를 떨쳐내고픈 광고업계와 주류언론사의 이해관계가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결국 이들 신문의 주장은 한국 여론지형이나 저널리즘 생태계를 고민했다기 보다는 매체의 사익을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1월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이 토론회에서 “심지어 듣보잡 매체의 뉴스가 포털 맨 위에 올라간 경우도 30% 이상이라고 본다”며 포털을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정도 급이 되지 않는 매체가 포털 메인에 걸려선 안 된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노골적인 요구다.

근본적으로 다른 매체도 아닌 조선일보가 타 매체에 뉴스 장사꾼이라는 표현을 쓰며 온라인 저널리즘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조선일보의 성향이 극단적인 점을 문제 삼거나 일부 오보, 과거사를 갖고 트집을 잡으려는 게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조선일보도 포털 공간에서 가장 질 낮은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는 매체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9월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커뮤니티 글로 버스 기사가 사회적 지탄을 받은 건대 240번 버스 논란 때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사실확인이 안 된 소문을 확산한 주체였다. 진상이 드러난 후 나온 지면용 기사에서는 “사실 확인도 안한채 퍼날라... 애먼 사람 피해”라며 반성은커녕 애꿎은 커뮤니티와 누리꾼을 비판하기도 했다.

▲ 지난해 9월 '240번 버스' 논란을 다룬 조선일보의 상반된 보도.
▲ 지난해 9월 '240번 버스' 논란을 다룬 조선일보의 상반된 보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들어서기 전까지 조선일보는 가장 앞장 서서 어뷰징을 해온 매체였다. 2015년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 때 가장 많이 어뷰징을 하는 매체 가운데 하나로 집계된 바 있다. 연예인 안영미씨의 열애설이 불거지자 조선닷컴과 스포츠조선은 무려 같은 내용의 기사를 38건이나 쏟아냈다. 

이들은 저널리즘의 윤리를 벗어난 행위를 그 누구보다 체계적으로 해왔다. 2015년 미디어오늘이 입수해 보도한 조선일보 어뷰징 매뉴얼에는 “클릭을 유발하는 제목 + 눈길 끄는 사진 + 간단명료한 내용’의 기사를 제목과 내용을 조금씩 바꿔 자주 많이 내라”거나 “네이버와 다음 실검을 크로스체크한 다음 이를 섞어 기사를 낼 것” “타사 기사를 베낄 경우 일부 단어와 문구, 문장 순서 등을 손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수 신문 기승전 ‘규제론’, 한국일보·한겨레는 달랐다

다수 신문들은 ‘선택형 아웃링크’ ‘메인 뉴스 포기’ ‘언론사의 댓글관리 권한 부여’ 등 대책을 ‘눈 가리고 아웅’이거나 ‘꼼수’라고 비판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여야 정치권은 아웃링크를 의무화하고 댓글에 대한 포털의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고 중앙일보 역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독점에 따른 불공정한 시장교란 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경향신문도 보수신문들과 호흡을 맞췄다. 경향은 “네이버가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미봉책만 계속 내놓는 것은 뉴스를 통한 돈벌이를 계속하겠다는 오기일 뿐”이라며 “국회는 하루빨리 네이버가 갖고 있는 미디어의 권력분산 방안을 논의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들 신문사가 소속된 한국신문협회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한국신문협회는 포털에 아웃링크 강제를 골자로 하는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포털과 관련한 정치권의 논의를 소개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네이버 뉴스·댓글 정책 개편 한겨레, 한국일보, 경향신문 사설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 네이버 뉴스·댓글 정책 개편 한겨레, 한국일보, 경향신문 사설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달랐다. 이번 개편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독점적인 권한 일부를 내려놓는 점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는 네이버의 임의편집 축소를 “전향적인 조치”라고 봤으며 한국일보는 언론사 구독형 뉴스판 서비스를 “신선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들 신문은 정치권의 개입을 촉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네이버 스스로 개선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고 한겨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다른 신문들과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사설에는 네이버가 비판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까지 나온 규제방안들이 비합리적이고, 근본적으로 규제로 풀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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