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CNN은 미국 관리들이 북미정상회담의 싱가포르 개최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제3국으로 확정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방문 의사를 밝히면서 평양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의 깜짝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새벽 미국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을 방문해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에 합의했고 이날 억류 미국인들과 함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석방된 미국인을 환영하면서 즉흥적으로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최초의 발언이고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발표하지 않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방문 가능성 발언에 앞서 “장소도 정해졌고, 매우 특별한 밤”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석방에 합의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내로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10일에 또다시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정해졌다면서 북한 방문 의사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40일 만에 북한을 재방문하고 외신기자 2명을 데리고 간 것도 정상회담 장소의 실체를 직접 보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평양카드'가 급부상하면서 양국이 상징적으로 얻을 득실도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을 방문하면 미국 역대 대통령 최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가면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국’을 방문하고 매듭짓는 ‘해결사’가 된다. 여성 스캔들 문제로 국내에서 코너로 몰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평양을 방문하는 카드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행이 평화 행보를 극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효과도 낳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편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국제사회에 핵폐기 의지를 드러내는 자리로 적극 부각시킬 수 있다. 외신 기자들의 규모 선정부터 북측의 의지가 읽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전부터 시작해 북한에서 두 정상의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폐쇄적 북한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개방의 물결에 동참한다는 뜻도 어필할 수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카드는 지금도 남아있다. 회담 장소와 관련해서 한국과 미국에선 말들이 많이 나왔지만 북한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개최 장소를 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셈이 빠르다. 비핵화 성과에 확신이 있으면 적진에 가서 타결하면 성과가 배가 되는 걸 잘 안다. 김정은 위원장도 평양에서 회담을 해야만 체제 보장을 받으면서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 발표가 있기 전 북한 측 대사가 미국을 방문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사 자격으로 두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가 직접 미국을 방문한 적은 없다.

양무진 교수는 “형식적으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가 미국을 방문해 날짜와 장소, 의제까지 모두 마무리짓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발표하는 모습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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