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가 교단 주간지 기독교타임즈(사장 송윤면) 기자 5명을 해고(계약 해지), 1명을 정직하는 등 편집국 기자 전원을 징계했다. 이후 한 달 가까이 편집국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 도대체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기자들은 ‘감리회 본부 임원들이 자신들 입맛대로 신문을 만들지 않고, 감독회장이나 기독교타임즈 사장을 비판하자 보복성 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감리회 측은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휘 계통을 어기고 각종 업무 지시를 거부하면서 감리회 명예를 실추시켜 징계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감독회장은 감리회 본부의 대표로, 기독교타임즈 발행인·이사장이다.

기자들 “감독회장·사장, 편집권 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분회장 신동명)는 전명구 감독회장의 ‘언론 탄압’이 지난해 6월부터 본격화했다고 주장했다. 기독교타임즈는 지난해 6·10항쟁 30주년을 맞아 감리회 성도들이 1987년 6월 당시 ‘종교교회’에서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뒤 백골단에 맞서 물을 뿌리는 장면을 1면 기사에 싣는 등 6월항쟁 당시 교회의 역할을 다뤘다.

그러자 같은 달 22일 전 감독회장은 기자들을 불러 편집 방향에 대해 지적했다. 녹취록을 보면 전 감독회장은 “우리가 일간지가 아닌데 어설픈 사회 얘기나 한다”며 “30년 전 민주화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감리교가 문재인 정부 세우는 데 기여했다는 거 밖에 더 되냐”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문에는) 발행인의 의도가 있다”고 말하며 “폐간시키든지”, “너네(기자들) 집에 가란 말이야” 등의 편집 방향을 강요했다.

▲ 지난해 6월17일자 기독교타임즈 1면. 1987년 6월 항쟁 당시 감리교인의 역할을 담은 1면 기사를 실었지만 전명구 감독회장은 호국, 애국 관련 기사가 1면에 실리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 지난해 6월17일자 기독교타임즈 1면. 1987년 6월 항쟁 당시 감리교인의 역할을 담은 1면 기사를 실었지만 전명구 감독회장은 호국, 애국 관련 기사가 1면에 실리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3월2일 기독교타임즈 이사회 녹취록을 보면, 전 감독회장은 “6월이 호국의 달인데 한 달 신문을 보니까 호국·애국에 대한 게 하나도 없고 물총 쏘며 데모한 것만 실었다”고 말했다. 호국의 달을 맞아 전 감독회장이 군 선교에 나섰는데 이를 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독교타임즈분회는 감리회 본부의 다른 간부들도 기자들에게 수차례 비슷한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기독교타임즈가 전 감독회장을 비판하게 된 기사는 크게 세 가지다. 전 감독회장의 공약이었던 ‘100만전도운동본부’라는 조직이 감리회 내부 감사위원회에서 특별감사 대상이라고 밝힌 사실을 전한 지난해 8월 기사, 감독회장 선거 당시 전 감독회장 후보 캠프에서 ‘전국을 돌며 돈을 건냈다’는 증언을 전한 지난해 10월 기사, 감리교 교회 건물을 감리교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곳에 매각했고 이를 전 감독회장이 승인했다는 지난 1월 기사 등이다.

송윤면 사장은 지난해 10월26일 기자들을 불러 비판 기사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당시 녹취록을 보면 송 사장은 “내가 계속해서 감독회장에 총 쏘지 마라, 칼끝을 대지마라(라고 했다)”며 “신동명 국장(직무대리) 네 존재감, 기독교타임즈 존재감 다 드러냈다. 이 선을 넘으면 경영에 타격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김목화 기자는 ‘사장님 그렇게 하면 편집권 침해입니다’(라고 하던데) 이게 입사해서 10개월 밖에 안 된 인물이 사장한테”라며 “편집국장하고 나하고 얘기하고 있는데 지가 어디서 시건방을 떨어요”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지난해 9월 이후 수차례 신동명 기독교타임즈분회장에게 국장 직무대리 직위해제·대기발령을 지시했다가 복귀시켰다. 같은 해 10월19일 신 분회장은 출판국으로 전보, 김 기자는 100만전도운동본부 파견을 지시 받았다. 기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하루 전인 18일 신 분회장은 ‘2017년 탐사보도특집’ 1편으로 금권 선거 관련 기사를 작성했고 김 기자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이사였던 송 사장이 감신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 기사를 작성했다. 감독회장과 사장을 비판하는 기사에 대한 보복성 인사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 분회장은 같은 해 12월 금권 선거 비판 기사로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에서 올해의 기자상 우수상을 받았다.

기독교타임즈 이사회는 같은 해 12월 내규를 새로 제정했다. 요지는 감독회장(발행인) 승인을 받아 신문을 발행하도록 하고, 기존 사장이 행사하던 기자들 징계 등 인사 권한을 감독회장(이사장)에 넘기는 것이다. 기독교타임즈분회는 ‘감독회장 승인 후 보도’는 명백한 편집권 침해이자 언론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감리회 내부 법 ‘교리와장정’ 제6조에는 사장이 인사 관리 등 경영권을 행사하고 편집국장이 신문 편집의 책임을 진다며 편집권 독립을 명시했다.

감리회 측 “기자들 업무 지시 어겨 징계 불가피”

사측은 편집국장 채용 공고를 냈고 지난 1월 말부터 장현구 전 기독교타임즈 편집국장을 ‘편집국장 서리 보’ 신분으로 뽑아 신문 제작에 투입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신문을 모르는 송 사장의 리더십이 무너지자 궁여지책으로 전임 국장을 다시 데려와 기자들 관리에 나선 거라고 말했다. 경영난을 이유로 편집국장을 뽑지 않는 대신 신 분회장에게 국장 직무대리를 맡겼던 것에 반하는 조치였다.

기자들은 장 전 국장이 제출 서류를 누락하는 등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아 편집국장 역할을 수행해선 안 된다며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사측은 채용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후 장 전 국장은 이사회 등에서 승인을 받지 못해 ‘편집국장 서리 보’라는 직함을 달고 계약직 기자 1명과 신문을 제작했다. 기독교타임즈분회 소속 기자들은 취재 활동을 하면서 별도로 신문을 만들거나 노조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리며 국장 채용을 문제 삼았다. 사측은 이를 ‘파업’으로 규정했다.

지난 2월 이후 기자들이 지면 제작에서 빠지면서 기독교타임즈 기사에는 바이라인이 사라졌다. 기독교타임즈분회는 “취재 없이 짜깁기한 기사에 기명조차 못하고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장 국장 서리 보는 “어차피 내가 좀 도와주고 기자 한 명이 만든 신문이라 한 사람 이름만 쓰기 민망해서 바이라인도 못 싣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에 위치한 기독교타임즈.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에 위치한 기독교타임즈. 사진=장슬기 기자

갈등은 중징계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심화했다. 노사 주장을 종합하면 사측이 기자들에게 징계위원회 소집 등을 알리는 문서를 전달하면 기자들은 이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사측은 기자들의 자취집, 본가, 전 직장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한 해직 기자는 “가족들이 보고 많이 놀랐다”며 “내용 증명을 전 직장에도 보낸 건 괴롭히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3일 감리회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규직 기자 4명을 해고하고 계약직 기자 1명을 계약 해지했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선 정직을 결정했다. 신 분회장 등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징계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용윤 감리회 사무국 총무는 지난 3일 미디어오늘에 징계 사유를 “감리교 명예를 실추시키고 지휘 계통에 복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총무는 노조가 국장 채용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를 ‘알력다툼’으로 묘사했다. 그는 “채용 공고 전부터 송 사장이 장 국장을 데려온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반발했다”며 “그러면 신 분회장은 국장 직무대리에서 쫓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편집권 침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사측은 지난 2월 입장문에서 “사장은 편집권 독립을 이유로 최대한 신문 제작에 간섭하지 않았고, 단 한 차례도 특정 기사를 빼거나 수정하도록 지시한 일이 없다”며 “발행인 역시 신 국장 직무대리를 불러 한 차례 유감의 뜻을 표시한 바 있으나 어떤 기사를 빼달라거나 수정하라 지시한 바도 없다”고 했다. 이 총무 역시 “민주화운동을 보도하지 말라고 하면 편집권 침해지만, 호국의 달에 군 방문을 열심히 했으니 그것도 실어달라는 요구는 편집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전명구 감독회장과 송윤면 사장에게 이번 편집권 침해와 해고 사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하고 서울 광화문 감리교본부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전 감독회장을 상대로 지난 감독회장 선거 관련 선거무효소송과 당선무효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법원은 지난 1월 선거권자 선정 절차를 문제 삼아 1심에서 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했고 지난달 27일 선거·당선 무효 소송에 따른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 전 감독회장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 총무는 “직무가 정지됐기 때문에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감독회장에게 답을 듣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미디어오늘에 “이번 일로 많이 힘들어 설명할 정신이 아니”라며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건물.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건물. 사진=장슬기 기자

일제강점기에서는 독립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문에 서명한 33인 중 9명이 감리교인이었고, 김구·유관순·이준·이회영 등 독립운동가도 감리교인이었다. 물론 김활란·윤치호 등 친일 활동에 가담한 인물도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전태일 열사·이희호 여사·성완종 전 의원 등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 감리교인도 많다.

주요 교회로는 민주화 운동으로 잘 알려진 종교교회가 있다. 교회 세습 논란을 부른 광림교회·금란교회·임마누엘교회 등의 대형 교회도 감리회 소속이다.

감리교를 표방하는 이단 등 일부 교단이 있지만 사실상 분열하지 않은 하나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장로회처럼 개별 교회가 독자적으로 운영(개교회주의)되지 않고 천주교와 같이 중앙 집권 체제인 점도 교단 분열을 막은 한 요인이다.

일정 수의 교회가 모여 지방회, 지방회가 모여 연회, 연회가 모여 총회가 된다. 총회 실행위원회 구성원은 연회 리더인 감독(임기 2년)과 총회 리더인 감독회장(임기 4년)인데 이들은 선거로 선출된다. 이들은 감리교 예산 승인권 등의 권한이 있어 선거 때마다 내홍이 벌어진다. 현재 전명구 감독회장은 지난달 말 선거 무효 소송과 당선 무효 소송 가처분 결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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