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중 21명이 교수, 기울어진 국정평가 전문가

언론이 지난주부터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국정운영 평가기사의 근거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전문가’들이다. 중앙일보는 8일 1면과 4,5면에 걸쳐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을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주요 근거였다. 한국경제신문도 대학교수, 연구원장, 기업 최고경영자(CEO), 전직 관료 등 오피니언 리더 1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삼았다.

우선 중앙일보가 내세운 40명의 전문가 중엔 교수가 21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나머지 19명의 전문가들은 금융계나 투자자문회사, 부동산 관계자, LG나 현대 등 재벌 연구소에 적을 두고 계신 분들이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도 빠지지 않았다. 경제의 다른 한 축인 양대노총 연구소나 시민사회단체 연구소 전문가는 단 1명도 없었다. 세대별로도 2030세대가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인물은 드물었다. 그나마 ‘직방 빅데이터랩장’정도가 2030세대를 시각을 대변할 수 있을까.

나머지 전문가도 금융권이나 재벌연구소 소속

한국경제신문은 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확대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다양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SK, 롯데, 삼성카드 등 재벌회사의 폭이 넓어졌고, 남성기전, 국민레미콘 등 중견기업의 CEO들이 일부 포함됐다. 3대 메이저 법무법인의 고문이 추가됐다. 한국관광공사나 한국마사회 회장 같은 공기업 대표가 들어간 것도 이상하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심판이라기보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뛰는 플레이어에 가깝지 않은가.

▲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한 한국경제신문 8일자 1면 머리기사
▲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한 한국경제신문 8일자 1면 머리기사

언론은 새 정부의 1년 국가운영을 한눈에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계량화에 매달린 나머지 5점 척도나 10점 만점에 몇 점으로 단순 수치화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 점수를 10점 만점에 ‘5.76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사실상 낙제점’이라고 했다. 단순화는 어쩌면 언론의 숙명인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계량화된 수치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어 보인다.

중앙일보는 이날 4,5면에 걸쳐 ‘한국 경제성장률 3.1% 성공적? 세계 경제성장률은 3.8%’이란 제목으로 1년간 GDP 성장률을 평가했다. GDP만으로 경제성장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 시작한 게 언제인데 아직도 GDP 타령인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에 부동산 거품이 심각했는데도 GDP 지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GDP 대안지표 개발이 활발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8년부터 1년여의 작업 끝에 ‘행복GDP’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건과 교육, 사회적 연계, 환경, 질병 등 8개 항목을 추가했다. 유엔이 평균수명과 문맹률 등을 토대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도 대안지표 가운데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운영의 중심을 삶의 질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발연대식 국정운영과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새 정부에게 GDP만 주워섬기는 건 낡은 잣대다.

계량화에 매몰돼 ‘F학점’, ‘5.76점’ 자극적 남발

굳이 중앙일보가 GDP 지표를 차용하더라도 세계 GDP 3.8% 성장과 한국 GDP 3.1% 성장을 맞비교한 것도 어색하다. 우리가 OECD에 가입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한국경제 성장률을 논하려면 OECD 평균과 비교하는 게 맞다. 한편 조선일보는 오늘 경제섹션 1면에 노동경제학자 남성일 교수의 입을 빌려 ‘“근로자 위한다는 정책이... 결국 근로자를 울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文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F학점’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문재인 정부 1년 평가기사 제목이다.

한국경제 1면 : “文정부 對北정책 잘했지만... 경제는 기대 이하”
중앙일보 1면 : 기업 갑질 근절 잘했고, 최저임금 과속 무리수
조선일보 B1면 : “근로자 위한다는 정책이... 결국 근로자를 울리고 있다”
한국일보 6면 : 교육정책, 뒤집고 미루기 반복... 文 교육분야 긍정평가 30% 그쳐
경향신문 5면 : ‘코리아 패싱’ 우려 속 출범... ‘한반도 운전자’ 거쳐 ‘승부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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