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조건에 선거방송심의가 제외돼 봐주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당시 종편 재승인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도 선거방송심의가 제외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종편 재승인을 심사한 심사위원들을 취재한 결과 심사위원들은 재승인 조건을 정하는 과정에서 선거방송 심의를 제외한다는 점을 방통위 사무처로부터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종편 재승인 심사는 방통위가 추천한 언론학계, 소비자 단체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비공개 심사위원회를 통해 심사를 한 후 방통위 의결을 거치는 방식이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A씨는 “종편이 더 이상 심의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로 재승인을 했다. 그런데 정작 조건에서는 (선거방송심의가) 빠져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누가 선거방송이 빠지는 줄 알았겠나. 당연히 조건에 포함되는지 알았고 다른 심사위원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B씨는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당시 상황이 모두 기억 나는 건 아니지만 심사 과정에서 선거방송을 제외하는지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방송통신위원회의가 종편 재승인 조건에 선거방송을 제외한 것이 공개적 논의의 결과가 아닌 ‘실수’나 ‘고의적인 누락’일 가능성을 드러낸다. A씨는 “당시 방통위가 제대로 챙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으며 B씨는 실수로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3월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 4건 이상이면 시정명령을 받고, 반복되면 재승인이 취소되는 재승인 조건을 부과했다. 종편의 오보, 막말, 편파방송이 논란이 되자 심의 제재를 기준으로 재승인 조건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선거방송심의위의 제재는 재승인 조건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기간 5개월 동안 선거와 관련한 방송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 이관돼 별도의 규정을 통해 심의하는데 재승인 조건에 ‘방송심의규정’은 명시했지만 ‘선거방송심의 특별 규정’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 종편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 종편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신영규 방통위 방송기반정책과장은 지난해 미디어오늘에 △선거방송은 방송심의규정이 아닌 별도의 특별규정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에 예외사항이며 △선거가 매년 동일하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건으로 획일화하기에는 어려워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해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선거방송심의를 종편 재승인 조건에 반영할지 여부를 심사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하거나 사무처에서 제외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거방송심의를 반영하려면 재승인 조건에 별도로 규정을 넣어야 한다는 점을 방통위 사무처에서도 논란이 되기 전까지 몰랐거나, 사전에 알고서도 심사위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재승인 조건에 선거방송이 빠지면서 종편은 수혜를 입게 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조사 결과 최근 7번의 선거에서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이 선거방송 심의의 70%를 차지했다. 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제재를 내린 종편과 보도채널은 58건에 달했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역시 지난 총선 때 편파방송으로 논란이 됐으며 선거방송심의를 무더기로 받는 과정에서 장성민씨가 하차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 있으며 선거방송심의가 빠진 점이 문제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 관련 방송보도를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은 재승인 조건에 선거방송이 제외되는 점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방통위에 입장과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자 방통위는 ‘선거가 주기적이지 않아 재승인 조건에 반영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이 답변이 불성실하다며 종편 심의를 보류하며 ‘왜 재승인 조건에 빠진 건지’ 다시 물으며 종편 심의를 보류했지만 지난 4일 방통위는 “추가로 답변할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봐주기 논란’은 이 뿐이 아니다. 방통위는 2014년 종편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사)이 지분 제한을 초과했음에도 승인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그러나 방통위는 보도자료에 종편의 문제만 언급했을 뿐 당시 재승인 과정은 물론 이후 3년 동안 문제를 알지 못한 방통위의 과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방통위는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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