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들이 5일 국회 여·야 원내대표들을 향해 “방송법 개정안 밀실 야합을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당초 이날 오후 5시 여·야 원내대표들은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추가 경정 예산 등의 현안을 놓고 국회 정상화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중이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 남성에 의해 폭행을 당해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논의될 것을 우려하며 5일 입장을 발표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2016년 민주당이 발의한 ‘방송장악 방지법’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여·야의 공영방송 이사진 추천 비율을 명시하고 있으며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를 적용해 다수 정파의 독점을 막는 데 방점을 찍은 법안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 의견이 반영되고 방송 개혁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국회가 아닌 시민 생각이 법안에 담겨야 한다는 이유로 언론 운동 진영에선 현 국회의 방송법 개정 움직임을 반대해왔다.

▲ 언론시민단체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방송법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추혜선 의원실
▲ 언론시민단체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방송법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추혜선 의원실
언론노조가 지난 4일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71.7%가 “관례였던 정당 추천 방식을 폐지하고 국민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재 국회가 추천하는 방식을 유지하되 야당이 추천하는 이사의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응답은 14.8%에 그쳤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방송법을 협상안으로 삼았다는 것은 개정 내용을 떠나 시민사회와 언론 노동자들 목소리에 귀를 막고 오직 자신들만의 밀실 개정을 하겠다는 오만함의 발로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여론조사에서 ‘공영방송 이사의 국민 추천 방식’을 선택한 이유로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들었다는 점에 여야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지금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대의기구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국민이 묻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방송법 개정을 또다시 협상 카드로 꺼낼 것이라는 소식은 정치권이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 독립 기초를 흔드는 여야의 방송법 협상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로 반드시 그 책임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이날 “국회는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하지만 방송법은 끼워팔기 형태가 되면 안 된다”며 “방송법 개정 논의를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고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국민이 중심이 되는 방송법을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게 해달라”고 밝혔다. 

추 의원은 “과거 이사회 파행 책임은 정치권 모두가 져야 할 것”이라며 “그 대안은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회 추천 권한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던 여당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