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행사보다는 국민께 1년 성과를 설명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5월 중 주변국과의 접촉이 이어질 예정이고, 회담 이후 후속조치 등도 세심히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1주년 행사를 되도록 조용히 치르려고 하는 것도 남북관계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결정짓는 국면에서 자칫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80%에 육박하면서 여론은 어느 때보다 호의적이다. 지방선거도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바탕이 돼 집권여당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취임 1주년 행사에서 세를 과시하면 야권에선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의 이벤트라는 공세가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조용한 취임 1주년을 보내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과거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해왔는데 1주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주년 기자회견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문제와 관련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돌발변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취임 1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신 청와대는 정부의 성과를 담은 자료집을 출간해 국민께 상세히 내용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3일 청와대(국무조정실 국정과제관리관실 발행)가 공개한 “문재인 정부 1년 국민께 보고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책자는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과제를 담았다.

책자는 ‘변화’ 라는 키워드의 첫번째 내용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신념과 의지, 그리고 북한과 국제사회에 대한 끈질긴 설득이 긴장과 위기의 한반도에 봄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촛불’ 정부임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께서 정의롭지 않다고 평가하신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 잡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국정농단과 국정원의 정치개입 등 과거의 적폐를 없애가는데 진력하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엄단하고, 실력위주의 공정한 채용제도를 확산해가며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 정책 성과를 정리한 책자.
▲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 정책 성과를 정리한 책자.

또한 책자는 ‘약속’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35개 정책의 성과를 5대 국정목표별로 정리했다.

일례로 “국민께 약속한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가 가능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했다”며 개헌안 발의를 위한 국민의겸 수렴 과정을 설명한 뒤 “그러나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아 6. 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는 어렵게 됐다. 개헌안의 취지는 개헌과 별도로 제도와 정책 등으로 최대한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SNS 빅데이터를 분석해 15개 ‘숙제’를 선별해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도 보인다. 예를 들어 성범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범죄예방 효과가 없다는 질의에 대해 “인터넷 상에서 변형된 형태로 발생하는 성범죄는 기존의 법 제도로는 한계가 았이 새로운 대책과 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정형 상향 ▲스토킹 사건에 대한 징역 또는 벌금형 처벌이 가능토록한 법 제정 ▲ 2차 피해 중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관련해 수사과정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을 적극 적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숫자와 그림으로 정리한 문재인 정부 성과 중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통계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은 4월 23일 기준으로 모두 16만 9722건에 달했다. 일 평균 건수로는 684건이었고 20만 명 이상 지지를 받은 청원 게시물은 31건이었다. 총 동의수는 2289만 9270명으로 집계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주제로 한 기사는 729번, 하루 평균 24번 기사화됐고 베스트 청원 게시물은 조두순 출소 반대 게시물로, 61만 5774명이 공감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정책 평가 자료집 이외에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행보와 메시지, 정책 성과를 화보 형태로 구성한 자료를 오는 10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1년 동안 행보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한 자료도 선보인다. 

이밖에 청와대 직원의 아침 출근길을 그린 미니다큐와 산길을 추가 개방한 인왕산 가는 길 영상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5월 중 대통령의 영문 연설집과 영문 자료집, 외국 오피니언들의 영상 메시지도 제작해 공개한다. 

취임 1주년 당일인 10일에는 청와대 인근 효자동과 삼청동, 청운동 주민들을 초청해 청와대 녹지원에서 음악회를 개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음악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정부는 취임 1년 동안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가야할 길에 멀기에 묵묵히 남은 길을 갈 것이다. 10일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된다. 소박하고 간소하게 그 날을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은 빼곡히 쌓인 서류와 시름할 것이다. 참모들은 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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