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재건비용을 위해 20년간 705조 원이 필요하다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의 근거가 된 통계가 지난해 말 나온 KDB미래전략연구소의 보고서다. 매일경제는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지난해 말 내놓은 ‘성장회계 방식을 활용한 북한경제 재건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인당 650달러 수준인 북한 주민의 1인당 실질 GDP를 2017년부터 2036년까지 1만 달러 수준으로 증가시킨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앞으로 20년간 총 6215억 달러(약 705조1000억 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매일경제는 “연간으로 따지면 매년 310억8000만달러(약 35조3000억 원)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는 남한 실질 GDP의 1.9% 수준에 달한다. 논문에 따르면 재건기간을 10년으로 줄일 경우 총비용은 3773억 달러(약 428조1000억 원)로 줄어들지만, 재건기간이 30년 소요될 경우 총비용은 1조941억 달러(약 1241조3000억 원)까지 급격히 늘어났다”고 전했다. 북한 경제 재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매일경제 보도는 3단락으로 구성됐고 보고서 인용이 전부다.

매일경제 기사의 문제점은 비단 매일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이슈가 터지면 그에 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통계를 단순 인용만 하고 여러 요소를 고려치 않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다.

우선 자신들이 과거에 어떻게 썼는지 모른다. 한국 언론은 이명박 때는 G20를 유치하는데 나라 홍보효과로만 몇 조 원이 들었고, 4대강을 개발하면 경제효과가 수십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떠들었다. 박근혜 때는 통일을 하면 대박일 것이라고 선전하다가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서는 북한 경제 재건비용은 705조 원이나 되니 얼마나 큰 부담이겠냐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 2014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 신년기자회견 보도 갈무리.
▲ 2014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 신년기자회견 보도 갈무리.
경제 정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비용의 또 다른 말은 투자다. 북한 경제재건비용이 앞으로 20년간 705조원이라면, 투자할 곳이 없어 수백조원을 잠겨 놓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로서는 매우 매력적인 기회가 장기간 펼쳐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용은 곧 투자이며 그 투자를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가계 정부, 즉 국가경제 전체가 하게 되고 이것이 생산과 소비 투자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 언론이 그토록 강조했던 성장의 선순환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양면을 보여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다면적인 여러 층위를 보여주고 분석을 못할지 언정 20년간 705조 원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될 코리안 리스크의 완벽한 해소, 환율재평가, 소비진작, 북한 자원 획득, 물류 비용 감소, 유라시아 대륙 연결, 값싼 노동력 확보, 소비 시장 확대 등을 감안해야 한다. 통일비용이 그토록 많이 든다고 한다면 ‘투자로 본 통일비용’을 고려해보는 것이 경제 상식이다. 북한경제 재건 비용→북한 경제 활성화→남북 경제협력 수요 증가→기업 투자 활발→비용 아닌 투자라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한국언론에 충고한다. 어줍지 않은 ‘훈수’를 두기 전 생각부터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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