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문제를 두고 조선일보 내부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신문업종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식사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한다는 이야기가 사내에 돌면서 내부 반발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조선일보 익명 게시판에는 “‘근무시간으로 칠 거면 취재원과 밥 먹지 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사회부 방침이 오늘 나왔다는데 점심·저녁 시간 각 1시간30분씩 도합 하루 3시간을 근무시간에 넣지 말라는 거다. 일반 기업에서도 식사시간을 빼느냐”며 “우리는 취재원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밥 시간 때가 전부인데 이걸 빼라니”라고 개탄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로 인한 결과(취재원 안 만나서 기사 질이나 아이디어 떨어지는 거)는 본인 책임이라고 한 거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결국 근무시간에선 빼되 근무는 이전처럼 하라는 말이다. 다음 날 아이디어 내려고 밤에 전화 돌리고 인터넷 뒤지고 하는 것도 이제 근무로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그는 “맨날 남의 티끌은 물어뜯으면서 이런 적폐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밑으로 지침을 내리고 바뀐 근로기준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핑계대지 말라. 근로기준법이 경영진에겐 눈엣가시였던 조선 기자들의 엄청난 ‘고임금 구조’를 개편할 천재일우라는 거 안다. 이제 임금 현실화 해달라. 연봉제를 계속하려면 본 취지 살려서 성과대로 제대로 월급을 달라. 그러기는 싫고 적은 돈으로 일은 사실상 똑같이 시키려는 건 착취”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이러한 반발은 조선일보 사회부 기준으로 점심·저녁 시간을 근무시간에서 제외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어 타 부서로 확대될 걸 우려해서다.

이와 관련해 선우정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1일 통화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지만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은 “지금 쟁점 가운데 하나는 취재원과 식사를 근무 시간으로 보느냐 안 보느냐”라며 “한 부서에서 식사는 근무 시간에서 빼라는 지침이 나왔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노동 조건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회사와 노조의 협약 사안이라는 점에서 공식으로 확정된 지침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주 52시간 노동 시행을 앞두고 신문사 내부 파열음이 커지고 있음은 알 수 있다. 익명 게시판 의견과 달리 “만약 (취재원과) 점심 식사가 업무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면 근무시간을 적어낼 때 포함시키면 되는 것 아니냐. 그렇게 해서 52시간이 넘는다면 대휴 등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일보는 주 52시간 시행을 앞두고 노동 시간 단축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5월부터 주 52시간을 시범 운영한다. 기자들 실제 출퇴근 시간을 정확히 기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어 법정 기준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작업을 자체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기자는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그동안 잘 지키지 않았다”며 “일찍 퇴근해도 다음 날 발제가 안 나온다고 압박하는 데 개정 취지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기자는 “52시간이 임금 삭감의 수단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준수를 위해 신문 지면 제작에 대한 업무 강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노조는 “가판을 완성도 높게 만들고 일부 지면만 51판에 최종 수정하면 강판 횟수도 줄고 야근 인력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주 52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도 추가 인원을 대거 고용하지 않는 한 시스템 전환이 필수적이다. 주 5일제를 철저히 하더라도 지금처럼 야근을 많이 해서는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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