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입장발표를 하면서 우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북한과 남한의 동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으며 마지막으로 “우리의 역사적 만남에 커다란 관심과 기대를 표해준 기자여러분께도 사의(감사하게 여기는 뜻)를 표한다”고 말했다.

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인사를 전했을까.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론이나 언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며, 나아가 자신이 여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한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보여지는 남북정상회담 생중계 스크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보여지는 남북정상회담 생중계 스크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북한 고위층이 남측의 여론을 주시하고 있으며, 언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취재제한을 사과한 일이 있다. 김 부위원장은 4월2일 남측 예술단의 숙소 고려호텔에서 가진 남측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전날 동평양대극장에 있었던 예술단의 공연을 현장 취재하지 못하게 한 것에 사과를 했다. 북측 고위인사가 취재제한의 이유로 남측에 사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또한 이때 김 부위원장은 “남측에서 저보고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고 한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당시 북측 고위급대표단으로 방남했을 때,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을 반대하며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고 표현했고, 언론은 이를 기사화했다. 이는 북측 고위급이 남측 언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월9일 남북 대표단의 회담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사례도 있다. 리선권 위원장에게 취재진이 회담 전망을 묻자 “잘 될 겁니다”라고 말하고, 기자들이 악수 포즈를 요청하자 “기자 선생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물론 농담이기는 했으나 북측 고위급 인사가 언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이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기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장용훈 연합뉴스 통일외교부 기자는 “지금까지 우리는 김정은에 대해 공포정치인이라는 이미지나, 비이성적인, 광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등의 평가를 해왔다”며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 면면을 보면 김 위원장이 굉장히 여론에 민감하고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 기자는 “27일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겠다’고 말한 부분이나,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도 김 위원장이 여론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장 기자는 “오늘 기자들에게 감사하다고 표현한 부분도 이런 김 위원장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사례이고, 앞으로도 언론을 관리하기 위한 제스처를 지속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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