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봐주기’ 의혹에 대해 불성실한 답변을 내놓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방통위가 종편 봐주기 논란의 진상을 조사하거나 개선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 기간 방송을 심의하는 특별기구인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들은 20일 전체회의에서 심의 제재를 기준으로 한 종편 재승인 조건에 선거방송심의가 빠진 이유에 대한 방통위의 답변이 불성실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재승인 합격점수에서 미달된 TV조선을 비롯한 종합편성채널은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심의 법정제재 4건 이하를 유지할 것’을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미디어오늘은 재승인 조건에 선거 기간 수개월 동안 이뤄지는 선거방송심의가 제외됐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종편 봐주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 종편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 종편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성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들은 지난달 방통위에 재승인 조건에 ‘선거방송이 빠진 이유’와 ‘현재 방통위의 입장’을 요구했다.

방통위는 20일 공식 답변서를 통해 △재승인 조건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추후에 재승인 조건을 바꾸는 건 부적절하며 △선거는 매년 있는 것이 아니고 규모도 달라 일관성있는 기준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은 방통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미정 위원은 “사후적인 군색한 변명”이라며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편 재승인 조건에 선거방송심의가 반영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는데, 이에 대한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권혁남 위원장은 “선거 규모에 따라 선거방송 양이 달라 일관된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건 대단히 우스운 이야기”라며 “선거규모가 크든 작든 심의는 똑같이 해야 한다. 답변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상병 위원 역시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 답변”이라며 “선거 기간 심의가 더욱 중요하다. 그 해에 선거 얼마나 있는지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포함해 재승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담당자인 신영규 방송지원정책과장이 문제제기를 한 심의위원을 개인적으로 만난 점도 드러났다. 정미정 위원은 “문제제기 후 방통위 담당 과장에게 연락이 왔다. 공식적으로 설명할 의지가 있다면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개별적으로 만나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과장이 한 설명도 방통위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시 질의를 해도 제대로 된 답변이 올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은 방통위의 부실한 답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별도로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혁남 위원장은 “선거방송심의위의 임기는 한정적이지만 앞으로도 선거가 있기 때문에 방통위의 잘못된 결정을 짚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 방통위의 종편 봐주기 의혹이 이번 정부에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자 시민사회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인권센터는 20일 지난해 방통위의 지상파·종편 재승인 심사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재승인을 할 때만 해도 선거방송심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겠나”라며 “시청자 권리와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는 20일 성명을 내고 “학생에게 숙제 검사를 한다고 해놓고 집에서 한 숙제는 검사하지 않겠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3기 방통위의 결정이었다고 해도, 지금의 방통위는 제대로 된 방송통신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과거의 청산과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며 문재인 정부 방통위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점을 비판했다.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봐주기 논란’은 이 뿐이 아니다. 방통위는 2014년 종편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사)이 지분 제한을 초과했음에도 승인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지난해 종편 재승인 심사 때 TV조선만 기준 점수에 미달됐으나 재승인 취소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점수가 높은 다른 종편과 같은 조건을 부과해 봐주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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