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불신의 시대, 어떻게 해야 독자가 저널리즘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

13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의 13개 참가팀들은 1분 스피치를 통해 ‘독자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서울 에디터스랩’은 구글코리아, GEN(GLOBAL EDITORS NETWORK), 미디어오늘이 공동주최하는 해커톤 대회로 ‘GEN 에디터스랩’의 한국예선이다. 참가팀들은 이틀 동안 ‘독자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이날 다수 참가팀들은 포털 중심의 뉴스유통에 따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 서비스를 제안했다.

한겨레팀은 언론사 사이트 접속 비율을 늘리기 위해 댓글 작성에 보상 시스템을 적용한 ‘파워댓글러’ 서비스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변지민씨는 “한겨레 독자들이 포털에서 한겨레 기사를 읽지만 정작 우리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 13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한겨레팀의 변지민씨(기자)가 댓글 서비스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 13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한겨레팀의 변지민씨(기자)가 댓글 서비스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팀은 파워댓글러를 통해 댓글을 쓴 독자에게 ‘권한’과 ‘이익’을 부여하면서 언론사 댓글창을 활성화하겠고 밝혔다. 권한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다섯 가지 단계로 나뉘며 활동이 누적되면 ‘한겨레 코인’을 지급해 한겨레 매체 구독료, 강연료 등에 쓸 수 있게 한다.

인기 뉴스나 취향에 맞는 뉴스만 보여주는 포털과 소셜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점심으로 초밥사주세요’팀(한겨레2)은 ‘다양성 버튼’ 기능이 핵심인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성소수자, 여성, 교통약자 등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뉴스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일반적인 뉴스를 찾는 사람들이 ‘다양성 버튼’을 누르면 다양성 지수가 높은 기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스물셋팀(주간한국)은 스포츠 분야에서 ‘비인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김해인씨는 “과거 비주류 스포츠 종목 운동을 했는데 관심이 낮았다”면서 “스포츠 독자들에게 비주류 스포츠 종목을 소개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존 플랫폼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발상도 적지 않았다. 특히, 머니투데이팀과 시드팀(신한금융투자마케팅)은 독자들이 각자의 성향에 맞는 포털과 커뮤니티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상반된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토론’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13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참가팀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13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참가팀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머니투데이팀은 네이버와 다음의 이용자 성향에 차이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을 한 곳에 모아 토론을 하게 만들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시드팀은 정책토론 활성화를 위해 이슈에 대한 찬반의견을 나누고 오프라인까지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하고 있다.

마우스(MOUX, 일요신문)팀은 오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와 접목해 ‘유권자’와 ‘후보자’를 연결하는 정치참여 커뮤니티 플랫폼을 제안했다. 김태현씨는 “목소리 없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게 목표”라며 후보자 공약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내도록 하며 정책선거를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스가 독자들과 멀어진 데는 어렵고 불편하고, 좋은 기사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따라서 뉴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독자 참여’를 늘리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RNB팀(지디넷코리아)은 ‘퀴즈쇼’와 ‘뉴스’를 결합할 계획이다. 어려운 기사를 읽기 전과 후에 퀴즈를 풀게 하는 방식이다. 공유를 통한 경쟁요소를 도입해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큐레이터를 큐레이션하겠다.” 맷돌팀은 ‘관계’에서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며 단순히 ‘좋은 기사’를 추천하는 게 아니라 ‘좋은 기사’를 추천할 수 있는 ‘좋은 큐레이터’를 큐레이션하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냈다. 차현탁씨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뉴스가 필요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분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 13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맷돌팀의 차현탁씨(개발자)가 큐레이션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13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맷돌팀의 차현탁씨(개발자)가 큐레이션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팀은 인공지능 스피커에 최적화된 ‘독자 맞춤형 뉴스’인 ‘천지보이스’를 제안했다. 황지연씨는 “기존 독자가 아닌 새 독자를 찾기 위해 독자에게 맞춤형 기사를 제공하고, 브리핑을 하고 독자가 물으면 대답을 하는 뉴스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네이버 인공지능 클로버의 API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픽미팀(코리아센터닷컴)은 이용자들이 뉴스를 스크랩하면 키워드 기반으로 추천을 하는 모델 서비스를 제안했다. 영화평점을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하는 ‘왓챠’의 알고리즘 추천 방식을 뉴스에 접목한 것이다. 

뉴스를 브랜드처럼 개인의 ‘취향’과 ‘아이덴티티’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참여를 활성화하는 서비스 아이디어도 있었다. 코리아엑스포제팀의 박서회씨는 뉴스를 안 보는 이유가 “나의 정체성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어떤 종류, 어떤 키워드, 어떤 언론사와 기자의 기사를 많이 보는지가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콩돌이프로덕션팀은 ‘제보 플랫폼’이 이용자 참여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진호씨는 영상 업로드 제보플랫폼이 PC환경에만 최적화돼 불편하다고 지적하며 “쉽고 빠르게 30초 안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플랫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자단 만지팀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이민규씨는 “여론조작으로 막힌 국민의 눈과 귀 입을 열어주는 솔루션을 찾고 있다”면서 “아직 결정적인 것은 못 찾았지만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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