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3일 캘리포니아주 샌 브루노에 위치한 유튜브 본사에서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범인은 나심 아그담. 채식·동물권·보디빌딩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린 ‘유튜버’다. 그는 “유튜브가 날 차별하고 필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유튜브 정책에 지속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어떤 이유로든 범죄를 합리화할 수는 없지만 나심 아그담의 문제제기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콘텐츠가 ‘차별’과 ‘증오’ 콘텐츠로 분류되는 등의 이유로 필터링 돼 ‘광고수익 제한’이 이뤄졌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그는 페르시아어와 터키어로 동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한 후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진 것 같다고 의심했다. 또한 자신의 운동 영상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19세 이상 시청 가능 등급으로 분류된 데 반발하며 전체 이용 등급으로 분류된 뮤직비디오가 더욱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의 힘은 굳이 통계를 가져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압도적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동영상을 심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출량을 결정하고, 추천하는 건 이용자의 인식은 물론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창작자와 이용자는 이 메커니즘을 신뢰할 수 있는가.

▲ 나심 아그담이 제작한 콘텐츠 화면 갈무리.
▲ 나심 아그담이 제작한 콘텐츠 화면 갈무리.

유튜브 콘텐츠 심의 및 노출 정책에 대한 의문은 국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다룬 구자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툼’은 지난달 유튜브 약관 위반을 이유로 삭제됐다. 그의 영화가 극장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조치였다. 더구나 그는 한국어판과 영문판 두 버전을 올렸는데 유튜브는 한국어판만 삭제했다.

실험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 닥터 파이어는 ‘시위성 영상’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그가 1월30일 올린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눈길을 걷다”라는 제목의 영상은 흰 눈길을 걸어가는 내용이 전부다. 그는 “이것도 ‘노란딱지’ 걸리나” “‘노답 딱지’와의 전쟁”이라고 꼬집었다. ‘노란딱지’는 유튜브가 약관 위반 콘텐츠에 붙이는 표시로 ‘노란 딱지’가 붙으면 광고수익을 받지 못한다. 닥터 파이어는 자신이 올리는 영상마다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노란딱지’가 붙는다고 지적했다.

뉴미디어 동영상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는 올린 직후 몇 시간 동안 조회수가 집중되는데 올리자마자 ‘노란 딱지’가 붙는 경우가 있다. 내용에 문제가 있지 않아 ‘혹시 배경이 검은색이라서, 너무 어두워서 그런가’라는 생각까지 했다”면서 “유튜브에 이의제기 절차를 거치면 다음날 복구되는데 그러면 이미 수익을 낼 타이밍을 놓친 다음”이라고 지적했다.

▲ 유튜브는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 콘텐츠에 일명 '노란딱지'(광고 게재 보류 버튼)를 붙이고 있는데, 알고리즘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문제 없는 콘텐츠까지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 유튜브는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 콘텐츠에 일명 '노란딱지'(광고 게재 보류 버튼)를 붙이고 있는데, 알고리즘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문제 없는 콘텐츠까지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처럼 유튜브의 콘텐츠 심의 기준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유튜브의 가이드라인은 매우 추상적이다.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증오성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 △저작권 위반 콘텐츠가 가이드라인 위반이라고 설명할 뿐이다.

물론, 유튜브가 의도를 갖고 악의적으로 검열을 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유튜브는 ‘걸러선 안 될 콘텐츠를 거른다’는 비판을 받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걸러야 할 콘텐츠를 거르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혐오 콘텐츠에 기업 광고가 붙어 광고주 보이콧 사태가 벌어지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심의 기능을 강화하다보니 ‘걸러선 안 되는 콘텐츠’까지 걸러지는 측면도 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이 완벽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며 ‘머신러닝(기계자동학습) 고도화’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정교해져야 하는 건 맞지만, 단기간 내에 완벽해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의 모니터링이 보완한다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튜브에 올라오는 모든 영상을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콘텐츠 심의에는 딜레마가 있을 수밖에 없고 유튜브는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가 이용자 신뢰를 얻기 위해 콘텐츠가 어떤 기준을 통해 어떻게 처리되는지, 실수했다면 어떻게 실수를 한 것인지를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게 이용자들과 창작자들의 요구다.

특히 선정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문화권마다 다른 표현에 대한 맥락을 제대로 구분하고 있는지,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혐오·차별 콘텐츠는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튜브는 알고리즘에 관한 편집원칙을 비롯한 어떠한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성실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나심 아그담은 자신의 이메일 내용을 캡쳐해 올린 적이 있다. 자신이 차별받고 있다며 유튜브 법무팀에 이메일을 통해 문의했으나 돌아온 건 사안과 무관한 ‘계정’에 대한 원론적인 답이었다는 내용이다. 구자환 감독은 자신의 영상이 왜 삭제됐는지 아직도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 뉴미디어 동영상 업체 관계자 역시 유튜브에 문제제기를 하면 ‘노란딱지’가 사라지긴 하지만 왜, 무슨 이유로 광고수익을 제한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은 듣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는 콘텐츠 배열과 추천 시스템 전반에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가디언에 따르면 전직 유튜브 추천시스템 담당자는 “유튜브의 추천 시스템이 결코 민주주의적이고, 진실에 가깝고, 균형적인 것을 최적화한 형태로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오로지 시청시간을 늘려 광고수익을 늘리는 데만 주목한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사실 유튜브가 처한 논란은 낯설지 않다. 이용자들과 언론사는 네이버에도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다. 기사배열, 실시간 검색어, 자동완성 검색어, 댓글 등 네이버의 편집행위에 대해 끊임없이 ‘조작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독점적인 플랫폼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의혹 또한 증폭되는 것이다. 과거 언론학 교과서에는 루퍼드 머독이나 조중동이 독과점 미디어의 폐해로 거론됐지만 지금은 유튜브와 네이버가 그러하다. 이들에겐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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