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해외출장 논란을 둘러싸고 일부 언론이 그를 보좌한 여성 인턴의 고속승진을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문화일보가 SNS에 게재된 해당 인턴의 얼굴 사진을 보도했다. 논란의 본질과 동떨어진 개인 신상을 보도했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초판으로 발행된 문화일보 5면엔 한 ‘김모씨 페이스북 캡쳐’라고 출처가 명기된 한 여성의 얼굴 사진이 실렸다. 사진의 주인공은 김기식 금감원장의 지난 2015년 해외출장에 비서로 동행한 과거 인턴 직원 김아무개씨였다. 문화일보는 선글라스를 낀 김씨의 얼굴에서 선글라스 아랫부분만 모자이크 처리해 ‘SNS에 올린 女인턴 로마 기념사진’이란 제목을 붙여 지면에 게재했다.

▲ 10일 문화일보 초판 5면
▲ 10일 문화일보 초판 5면
▲ 10일 문화일보 최종판 5면. 초판에 게재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과거 인턴 직원의 사진이 삭제됐다.
▲ 10일 문화일보 최종판 5면. 초판에 게재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과거 인턴 직원의 사진이 삭제됐다.

문화일보는 캡션으로 “지난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초청으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유럽·미국 출장을 떠났던 인턴 직원 김모 씨가 출장 도중 방문지였던 이탈리아 로마에서 바티칸 내 성베드로 대성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며 “김 씨는 귀국 뒤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현재 김 씨의 페이스북은 폐쇄된 상태”라고 적었다.

이 사진은 2판부터 삭제됐다. 온라인에도 해당 사진이 삭제된 최종판이 게재돼있다. 문화일보 측은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다툼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해 사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일보 편집국 간부들은 초판 발행 전 ‘사진 게재가 부적절하다’는 일부 기자들의 문제제기를 접수했지만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에 게재된 10일자 초판은 현재 전국 단위로 배포된 상황이다.

관련 5면 기사 제목은 “공적 업무라는 金, 브뤼셀~제네바 일정 사이 ‘로마의 휴일’”이었다. 지난 2015년 김 금감원장이 피감기관인 KIEP로부터 비용을 지원받고 미국·유럽 출장을 갔다는 ‘외유성 출장’ 논란을 다룬 보도였다.

이와 관련해 문화일보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해 보도윤리를 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그 사람은 범죄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업무수행을 한 것이다. 김기식 원장이 피감기관으로부터 비용을 받은 것을 문제 삼더라도 그 인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라며 “그(인턴)의 사생활은 완전히 지켜져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는 언론의 명백한 인권침해다. (문화일보를) 고소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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