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청와대가 임명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특혜성 해외출장을 다녔다는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김 원장은 자신의 과거 해외출장과 관련해 해당 기관에 전혀 특혜를 제공한 바가 없다”며 “김 원장이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는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한 마당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계속 무리한 정치공세를 이어간다면 우리도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청문회 과정과 같이 김 원장의 취임에 그동안 불편해하던 이들이 그를 낙마시키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 개혁을 좌초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의 해외 시찰에 관해 여전히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관행들의 개선도 필요하다. 여야가 서로 남 탓만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김영란법 이후 많은 부분이 개선됐으나 필요하다면 전반적인 상황을 국민에게 공개도 하고 추가적인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도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당이 김 원장이 해외출장 관련한 추가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을 ‘김기식 방지법’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평화당은 청와대에 김 원장에 대한 임명 철회와 검찰의 법적 검토까지 주문했고, 정의당이 반대하면 문재인 정부 인사가 낙마한다는 ‘데스노트’(Death Note)에 오를지도 주목된다.

▲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이 2015년 5월25일에서 6월3일까지 9박10일 간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원을 받아 미국·유럽 출장을 다녀온 것과 관련해 함께 비서가 9급 정책 비서가 아닌 인턴 신분이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보좌는 일반적으로 보좌관급, 비서관급이 수행한다는 사실을 국회와 언론, 국민이 알고 있는데 정책 보좌로 인턴이 동행했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며 “공교로운 일인지 해당 인턴은 황제 외유 수행 이후에 2015년 6월18일 9급 비서로 국회사무처에 등록됐고, 6개월 만인 2016년 2월 7급 비서로 승진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권은희 의원 등 7명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 등의 사적 이해관계자가 직무관련자인 경우 이해충돌방지법안이 필요하다”며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이해충돌방지규정 ‘김기식 방지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김기식 원장은 2014년6월부터 2016년 5월까지 19대 국회 정무위 간사를 지낸 사실이 있는데, 자신이 예산삭감을 주장하며 비판했던 피감기관인 KIEP 예산으로 미국·유럽 등 로비성 외유로 강하게 의심되는 해외 시찰을 다녀오는가 하면,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에서 비용을 부담해 보좌관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온 사실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해충돌방지규정은 국제적 동향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헌법은 부적절한 권한 행사까지 직업행사의 자유로 보장하고 있지 않은데도 김 원장은 이해충돌방지 법안에 대해서 국제적 입법례가 없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여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한 사실에 주목한다”며 “자신이 ‘더미래연구소’에서 이해충돌행위를 한 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는데 왜 법안을 반대했는지 이제 짐작이 가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권 의원은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와 관련해서도 “2015년 국감을 앞두고 금융사와 대기업 대관 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고액 수강료를 받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재직 중인 지난해에도 고액의 참가비를 받아 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의 과거 수차례의 부적절한 ‘뇌물 외유’가 또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며 “김 원장은 시민단체 시절 ‘부정·부패 정치인 퇴출운동’을 주도한 전력이 있고, 국회에서도 김영란법의 입법을 주도해 더 가증스럽다. 내로남불·표리부동· 양두구육·적폐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원장의 금융권 개혁 과제 해결에 기대를 모았던 정의당도 “김 원장의 그간 행보에서 미뤄볼 때 대한민국에 산적한 금융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날 선 개혁의 칼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흠결을 안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어제 김 원장이 내놓은 해명이 진실에 부합하는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며 “정의당은 향후 김 원장에게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면밀히 살필 것이고, 김 원장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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