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청문회 당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야당은 세월호 참사 당시 양 후보자의 노래방 출입 의혹과 카드 결제 등을 문제 삼으며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4일 자유한국당 ‘좌파 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위’에 참석한 박대출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양 후보자는 세월호 당일 노래방에 갔다는 의혹에 대해 8시간 동안 버티다가 증거가 제시된 후에야 시인했다”며 “KBS 내부에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국회를 기만하고 속이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이 자리에서 김진태 의원은 “강규형 KBS 전 이사의 경우 몇 년간 그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탈탈 털고 음악회 간 것까지 전부 부당 사용으로 넣어 (강 전 이사를) 해임시키지 않았느냐”며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에 KBS 인사청문회 준비단(이하 준비단)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양 후보자가 사용한 카드는 개인 계좌에서 결제하는 ‘개인 책임형’ 법인카드”라며 “강 전 이사의 ‘기업 책임형’ 법인카드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준비단 설명에 따르면 강 전 이사가 사용한 기업 책임형 법인카드의 경우 KBS에서 ‘공사 명의 법인카드’로 불리며 카드 사용 대금은 KBS 계좌에서 직접 결제·인출된다. 반면 개인 책임형 법인카드(‘기명식 법인카드’) 사용 대금 결제는 개인 계좌에서 인출되고 이후 카드 사용자가 업무 관련 사용을 이유로 회사에 정산을 청구하면, 회사가 이를 검토한 뒤 개인 계좌에 결제 금액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준비단은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국회의 요구 자료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었다. 이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뒤 회사 공금을 유용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 할 것”이라며 “KBS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KBS 재무부가 관리하는 ‘법인카드 거래 내역’ 즉, 공사 예산이 사용된 정산 내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부산총국 ‘아침마당 부산 300회 특집’ 제작진과 출연진 20여 명은 녹화 뒤 회식을 가졌고 이와 관련한 노래방 비용 결제가 양 후보자 ‘개인 책임형’ 카드로 결제된 것은 사실이나 양 후보자가 이를 회사에 청구하지 않고 개인 사비로 처리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 후보자는 자신이 직접 노래방을 출입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불거진 뒤 양 후보자는 “당시 참석 대상자들과 미리 논의해 예정된 회식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세월호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준비단은 “결코 자료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삭제하지 않았다”며 “아울러 청문회준비단은 청문회 전 서면 답변을 통해 후보자가 과거 수십 차례 실시된 내외부 감사(감사원 감사 포함)에서 법인카드 부정 사용으로 적발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확인 자료를 이미 제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준비단은 이어 “개인적으로 사용 대금을 지불해 회사에 정산을 신청하지 않은 내역은 일반 개인 신용카드의 경우처럼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돼야 할 개인 금융 정보”라며 “법인카드 부정사용 여부를 살펴보기 위함이라는 명분하에 신용카드 개인 사용 내역 일체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게 개인 정보의 자기 정보 통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이경호·새노조)도 지난 3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후보자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문제 삼아 후보자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것에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4년간 세월호 진상조사를 누가 방해했는지 국민은 알고 있다. 세월호를 입에 올릴 자격이 스스로에게 있는지 되묻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노조도 인사청문회 당시 양 후보자의 미흡한 답변 태도를 비판했다. 새노조는 “세월호가 침몰한 날 KBS 법인카드가 노래방에서 사용됐다”며 “후보자가 기억을 하지 못하고 개인 비용으로 처리했다손 치더라도 법인카드 관리 책임자는 후보자 본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사과가 우선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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