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가 TV로 생중계된다. 지난해 7월 1·2심 재판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도록 대법원 규칙이 개정된 뒤 최초다. 박씨 측은 생중계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선고 당일 불출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중계방송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4일자 사설 ‘피고인도 없는 박 전 대통령 선고 생중계, 재판을 쇼 만드나’에서 TV생중계를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지적은 타당해보이지만 따져보면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8월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생중계를 불허했을 당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 등 중대사건 재판의 중계방송에 대해 응답자의 84%가 ‘중계 찬성’ 입장을 냈다. 국민들은 중계를 원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6월 전국 판사 29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또한 1·2심 주요 사건의 재판과정 일부·전부 중계방송을 재판장 허가에 따라 허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응답한 판사가 응답자 1013명 중 687명(67.8%)으로 나타났다. 이번 생중계 결정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합리적 결정으로, 오히려 이재용·최순실씨의 중계 불허 경우가 이치에 맞지 않았던 셈이다.
세계는 점차 재판중계 허용분위기로 가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 D.C를 제외한 50개 주 법원에서 하급심 재판에 대한 중계를 허용하고 있고, 연방대법원은 2010년부터 재판중계방송 대신 모든 사건에 대한 녹음파일을 제공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TV 생중계 불허 국가로 언급한 독일은 최근 법률 개정을 통해 연방대법원의 특수한 판결 선고에 대해 TV중계방송과 녹음·녹화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재판중계보다 재판중계 과정에서 방송사의 선별적 중계나 축구중계 같은 해설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일방적 의견 또는 왜곡된 판단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우려 때문이다. 정문식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언론중재위원회 주최 토론회 자리에서 “한국 언론이 선정성에 치우쳐 있어서 재판중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중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언론의 중계방송이 갖는 프레임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법원의 이번 중계결정과 관련해 심석태 SBS보도본부장(법학 박사)은 “모든 재판은 공개 재판이 원칙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문제가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심석태 본부장은 이어 조선일보 사설 논조를 가리켜 “사안의 중대성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안이 중대할수록 재판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공개돼야 하고 시민은 재판 내용을 쉽게 입수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