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립 19년 만에 노조가 설립됐다. IT업계 전반에 ‘노조 설립 바람’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2일 네이버 노조는 ‘노동조합 설립 선언문’을 사내 직원들에게 보내고 조합 가입을 받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에 가입했다. 정식 명칭은 화섬노조 네이버 지회다.

네이버 노조는 네이버 본사를 포함해 네이버웹툰, 네이버랩스, 라인플러스, 네이버아이엔에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등 자회사 및 계열사까지 아우른다. 네이버 노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700여명이 가입신청서를 냈다.

네이버의 노조 결성 움직임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실행에 옮긴 건 처음이다. 수직적 조직문화가 팽배해지고, 노동 강도에 따른 보상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네이버가 최근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성과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데다 뉴스 서비스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내부의 반발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일 네이버 노조가 설립됐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연합뉴스
▲ 지난 2일 네이버 노조가 설립됐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연합뉴스

네이버 노조 설립이 ‘노조 사각지대’였던 IT업계에 어느 정도 파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네이버 노조는 선언문을 통해 “지금까지 IT업계는 노동조합의 불모지였다. 이제 우리는 IT업계 선두주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노조 설립을 주도한 오세윤 지회장은 “더욱 열악한 IT업계 종사자분들도 노조를 설립해 문제를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IT업계의 과도한 노동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넷마블 자회사 개발자가 ‘크런치 모드’로 일하다 돌연사해 논란이 됐다. ‘크런치 모드’란 게임·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잠을 자거나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할 정도의 ‘초장시간 근무’를 뜻한다. 사망 직전 이 개발자의 주당 근무시간은 70~90시간에 달했다.

그러나 IT업계는 작은 사업장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은 데다 젊은 직원이 많고, 이직률이 높아 노조 설립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한국휴렛팩커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노조를 설립했지만 외국계 IT업체의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성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네이버 노조가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로 들어간 것 역시 IT산별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는 우선적으로 ‘포괄임금제’ ‘책임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무보수 초과근무’ 문제 개선을 위한 교섭에 나설 계획이다. 오세윤 지회장은 “네이버에서 하는 서비스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24시간 서비스를 돌리다 보니 새벽에 일을 하거나 퇴근 후에도 지시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포괄임금제로 묶여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잇따라 불거진 ‘공정성 문제’에 노조가 대응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네이버 간부가 청탁을 받고 스포츠 기사를 배열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으며 삼성의 청탁을 받고 기사를 내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보도 외에도 네이버가 광고비를 받은 업체를 검색 결과에 먼저 노출하는 등 ‘검색 중립성’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언론사 노조의 경우 보도 문제를 감시하는 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있다.

오세윤 지회장은 “아직 설립 이틀밖에 되지 않아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뉴스 관련 외압 등 부당한 지시가 있을 경우 노조가 설립되면 담당자도 거부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추후 소통을 통해 관련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네이버 노조 설립은 플랫폼 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될 것 같다”면서 “어떤 식으로 근로조건을 요구해야 하는지 기준을 마련하고, 그것이 IT노동자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