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검찰이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밀회설, 프로포폴 설 등을 제기한 야당과 시민단체, 언론은 참회해야 한다고 논평을 썼다.

이 논평에서 자유한국당은 “현재의 야당 뿐 아니라 시민단체, 소위 좌파 언론을 포함해 7시간 부역자는 모조리 석고대죄 해야 한다. 세월호 7시간을 원망하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썼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비상시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업무를 제대로 보지 않았고, 내용과 시간을 조작한 것에 분노하고 있지만 당시 집권당이던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이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 언론, 시민들을 비난하는 것이 적반하장인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게 끊임없이 방해를 해왔기 때문이다.

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박종운 변호사는 29일 MBC ‘양지열의 시선집중’에서 당시 청와대나 정부여당이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한 것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렇게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청와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면 결과적으로 탄핵심판에서 나왔던 것처럼 대통령과 그 정부여당의 무능함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무능한 정도가 아니라 일을 안 한 것”이라며 “그것들이 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올 거라고 이미 그 당시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처음부터 강력하게 방해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7시간이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1차적 책임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여당인 자유한국당에도 있는데,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의심을 제기한 언론이나 시민단체, 시민들에게 사과를 하라고 나선 것이다.

▲ 3월28일 오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3월28일 오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28일 오후 8시 경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의 세월호 7시간 의혹 수사결과 발표에 경악한다. 검찰은 7시간 의혹엔 실체가 없다고 발표했다”며 “그 7시간을 두고 긴 세월 벌어졌던 일은 참담하다. 정상적인 근무 상태가 아니었을 수 있다는 말, 정윤회 씨와의 밀회설, 종교의식 참석설, 프로포폴 투약설, 미용 시술설 등 온갖 유언비어가 나라를 뒤흔들었다”고 썼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은 구조 골든타임이 지난 뒤에야 참사 발생을 알게 됐고, 최순실씨가 청와대로 오기 전까지 국가안보실장,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 지시를 한 번씩 한 것 외에는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라며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을 했으면 됐지 7시간의 난리굿을 그토록 오래 벌일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최순실씨를 만난 사실에 대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만난 것도 사전에 예약된 만남일 뿐”이라며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란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편파적으로 수사 받았던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논평은 “당시 이처럼 거짓말을 일삼았던 세력에게 참회와 자숙을 요구한다”며 “현재의 야당 뿐 아니라 시민단체, 소위 좌파 언론을 포함해 7시간 부역자는 모조리 석고대죄 해야 한다. 세월호 7시간을 원망하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전했다.

▲ 수정 되기 전과 후 자유한국당 논평. '박근혜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표현이 "박 전 대통령이 편파적으로 수사 받았던게 사실"이라고 고쳐졌다.
▲ 수정 되기 전과 후 자유한국당 논평. '박근혜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표현이 "박 전 대통령이 편파적으로 수사 받았던게 사실"이라고 고쳐졌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란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편파적으로 수사 받았던게 사실”이라는 부분을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란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첫 논평은 발표된 지 1시간 가량 이후 문구가 수정돼 다시 배포됐다.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인식은 세월호 참사 당일날 나라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여론과 한참 동떨어져있는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인 10시 22분 이전엔 왜 보고를 받지 못했는지, 최순실이 오기 전 3시간 가량 행적은 무엇인지, 아직도 밝혀야할 대목이 많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박근혜 정부가 보고 내용과 시간을 조작하고 국민에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난 상황인데도 박 전 대통령을 일방 옹호하는 논평이 내놓으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논평에 대해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홍지만 대변인(논평 작성자)은 또 다시 피해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잔인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이런 대변인은 그 누구를 위해서도 한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28일 수사 결과가 발표된 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고를 받고도 침대에 있었다는 건 죽인 것”(고 지상준 군 어머니 강지은씨), “4주기가 다 돼서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씨)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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