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탄핵 촉구 촛불집회 당시 군이 위수령을 검토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SBS가 “국회의원 요청에 의해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한 것인데 JTBC가 ‘국회의원 요청’이라는 핵심 전제를 빠트렸다”고 비판했다. JTBC는 SBS 보도에 대해 반박과 해명을 내놨지만 왜 핵심 전제를 빠트렸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위수령은 긴급사태라고 판단할 경우엔 육군참모총장의 승인이나 국회 동의 없이도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담은 대통령령이다. 국방부는 JTBC 보도 다음날인 지난 21일 ‘위헌·위법’ 등의 이유로 위수령 폐지를 발표하면서 “촛불집회 당시 병력 투입을 계획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방부 위수령 검토 vs 의원 요청으로 살핀 것

JTBC는 지난 20일 ‘지난해 2월 촛불집회 당시 군이 위수령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위수령에 대한 이해’,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 등 2건의 국방부 문건을 근거로 들었다. JTBC는 “놀라운 것은 문건을 보면 위수령은 물론 계엄령 절차와 심지어 무기 사용 범위까지 검토했다”며 국방부 감사관실이 문건을 만든 목적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촛불집회 당시 군이 병력 동원과 무기 사용 등을 검토한 것만으로도 분노했다.

▲ SBS가 지난 23일 JTBC 보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갈무리
▲ SBS가 지난 23일 JTBC 보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갈무리

SBS는 지난 23일 “군의 위수령 검토는 이 의원의 위수령 폐지 검토 요청을 받아 제도 자체를 살펴본 것”이라며 JTBC 보도를 “중요한 사실관계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SBS는 “팩트는 ‘촛불집회 때, 이철희 의원의 요구로 국방부가 위수령이라는 제도 자체를 검토했다’이지만 JTBC는 ‘촛불집회 때,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했다’라고만 보도했다”며 “(‘이 의원의 요구’라는) 핵심 전제를 쏙 빼면 현상의 본질이 180도 뒤집혀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군 병력을 검토한 게 아니라 당시 야당 의원의 요청 때문에 위수령을 검토했다면 국방부가 과한 비난을 받은 건 사실이다.

이에 JTBC가 지난 24일 “맥락을 자르고 보도한 건 SBS”라며 SBS 보도에 대해 일부 반박했다. JTBC는 두 건의 문서 중 병력 출동에 대한 문건에는 ‘무기 사용’이나 ‘위수령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있었고 이는 이 의원 요청과 무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이 검토를 요청한 게 ‘위수령 폐지 여부’였지 ‘병력 출동 문제’ 부분이 아니란 뜻이다.

두 방송사 보도와 이 의원 설명을 종합하면, 이 의원은 촛불집회 당시 두 차례 국방부에 위수령 폐지 여부에 대해 검토해 입장을 요구했다. 이후 국방부는 지난해 2월 ‘위수령에 대한 이해’와 ‘병력 출동’ 등 두 건의 문건을 만들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 의원에게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고, 이 의원은 1년도 더 지나서 국방부 문건을 입수해 언론에 공개했다.

▲ SBS가 지난 23일 JTBC 보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갈무리
▲ SBS가 지난 23일 JTBC 보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갈무리

JTBC는 24일 해명보도에서 “JTBC가 보도한 문건은 지난해 이철희 의원의 요청과는 관련 없는 병력 출동에 관한 문건이고, 또 모두 최근 국방부 감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첫 보도에서 자신들이 병력 출동 부분을 강조해 보도했고 이 부분은 이 의원 국방부에 요청사실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JTBC는 ‘병력 출동’이 아닌 이 의원이 요청했던 ‘위수령’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JTBC, 이철희 의원 요청 사실 뺀 이유는?

JTBC는 위수령 폐지 여부에 대해 이 의원 요청한 사실을 빠트린 것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가 병력 출동에 대해 검토한 게 이 의원의 요청과 무관하다면, 과연 이 의원의 요청이 없었더라도 국방부가 병력 출동에 대해 검토했을지, 검토했다면 그 이유는 뭔지 의문이 남는다.

SBS 23일자 보도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SBS는 “‘위수령에 대한 이해’는 이 의원에 대한 답변자료, ‘병력출동’ 관련 문건은 국방부가 법무관리관을 통해 제도를 추가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당시 국방부가 이 의원에게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답변자료’라는 표현은 적확하다고 볼 수 없다. 이 의원 요청 ‘이후에’ 국방부가 만들었다 정도가 팩트다. SBS는 이 의원이 국방부에게 답을 듣지 못한 사실을 빠뜨렸다. 하지만 하루 전인 22일 보도했다가 삭제한 ‘취재파일’에는 관련 내용이 있다.

SBS는 지난 22일 ‘취재파일’을 통해 “국방부가 위수령 검토자료를 이 의원실에 즉각 전달됐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이 지난해 3월 법무관에게 위수령에 대한 정밀 검토를 지시했는데 이 의원에게 착실히 보고됐다. 다만 법무관실에서 검토한 상세 문건은 이 의원실에 제공되지 않았다”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가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해 어떤 문건도 이 의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SBS가 핵심 전제에 대해 중요한 지적을 했지만 비판이 정교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 JTBC가 지난 24일 SBS 비판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갈무리
▲ JTBC가 지난 24일 SBS 비판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갈무리

이번 논란은 지난 2016년 10월 ‘최순실 태블릿 PC 특종’ 전후로 종합편성채널 JTBC 보도가 지상파인 SBS보도를 압도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공방이라 더욱 주목된다.

SBS는 23일 “질의에 대한 답변, 또 제도에 대한 내부 검토 문건을 앞뒤 자르고 병력과 무기 관련 언급만 뽑아낸 뒤, 군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에 올라타 촛불 위수령 증거라고 보도한 셈”이라며 강도 높게 JTBC를 비판했고, JTBC 역시 24일 SBS의 이 의원 보좌관 인터뷰 부분에 대해 “SBS 보도에는 이 의원 측 설명과는 맥락이 전혀 다른 주어 없는 13자 답변이 나갔다”고 맞받아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