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 여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구체화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MB측근 김용걸 성공회 신부와 여성 사업가 강아무개씨를 뉴욕 현지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금은방을 하던 이아무개씨가 김윤옥 여사에게 3000만 원 상당의 주황색 에르메스 가방을 줬다고 보도했다. 가방 속에 3만 달러가 들어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관련자들은 가방을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 가방 안의 돈의 존재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또한 김 여사가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듯 가방을 돌려줬다고 증언했다.

언론 보도의 핵심은 김윤옥 여사가 뇌물에 준하는 물건과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다. 대선 경선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준 것이고, 가방을 돌려줬다고 하더라도 뇌물을 수수한 것은 맞기 때문에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눈여겨봐야 하는 인물이 있다. 서울신문은 뉴욕 교민 사업가 강씨를 인터뷰해 “뉴욕 교포 사회에서는 대선 직전 한국에서 영어마을 사업을 벌이겠다던 이씨가 김 여사에게 에르메스 가방을 건넸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현지 신문 기자 A씨가 캠프에 찾아와 이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캠프에서는 사활을 걸고 이를 막으려 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 2007년 12월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함께 기뻐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 연합뉴스
▲ 2007년 12월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함께 기뻐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 연합뉴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 캠프는 강씨와 신문기자 A씨를 접촉하고 강씨가 경선 홍보물 인쇄 비용으로 받으려고 했던 2800만원을 보도 무마용으로 신문기자 A씨에게 주고, 강씨에게는 대선 뒤 일감을 몰아줘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줬다. 서울신문은 당시 선거 캠프 관계자였던 정두언 전 의원의 이름과 서명이 들어가 있는 각서도 공개했다.

정 전 의원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당시 취재가 들어와 깜짝 놀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씨에게 확인한 결과 받은 것은 맞고, 2개월 전에 돌려줬다고 했다”면서 “당시엔 명품 가방과 금품 건이어서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시 김윤옥 여사의 금품 수수 의혹을 취재했던 뉴욕 현지 기자는 누구였을까.

신문기자 A씨가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놨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의심하며 비난여론이 쏟아질 수 있었고, 대선 경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김윤옥 여사 가방 뇌물 사건에서 신문기자 A씨는 무시할 수 없는 인물라는 얘기다.

A씨는 김윤옥 여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실체에 접근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증언은 중요할 수 있다. 보도 무마용으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면 돈의 출처나 돈 전달 과정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증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현지 기자와 교민의 증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신문기자 A씨는 2007년 이후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보도 무마용 목적으로 금품 수수가 있었는지부터 금품의 출처, 취재 내용에 대한 진실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당사자의 증언을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신문기자 A씨는 뉴욕 현지 교민 사회에서 이씨가 김윤옥 여사에게 가방을 줬다는 소문이 돌자 직접 한국으로 건너와 캠프 관계자를 접촉해 취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취재 과정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한국 언론에도 알리겠다고 하자 이명박 캠프 안에서는 관련 보도가 나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반드시 막아야할 지상명제로 삼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따라 캠프 관계자가 강씨를 접촉하고 강씨에게 지불해야할 경선 인쇄물 관련 비용 중 2800만원을 A씨 기자에게 보도 무마용으로 줬다는 게 서울신문 보도 내용이다.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보도 무마 목적으로 수천만원의 돈을 전달했다는 건 A씨의 취재 내용이 실체에 접근했다는 뜻일 수 있다. 김윤옥 여사가 이씨로부터 수천만원의 명품 가방을 받고 다시 돌려줬다는 것은 당시 배석했던 인물들의 공통적인 증언 내용이지만 가방 안에 3만 달러가 있었다는 내용은 엇갈리고 있다. A씨 취재내용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캠프에 있었던 정두언 전 의원이 A씨의 취재 소식을 접하고, 사실 확인에 나서 ‘명품 가방과 금품 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A씨의 취재수첩에 에르메스 가방 속 금품의 존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캠프 쪽이 A씨에게 줬다는 돈의 출처도 규명 대상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김윤옥 여사의 금품수수 건을 처리하기 위해 자신이 나섰던 것은 사실이고, 사재를 털어 처리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왜 자신의 돈으로 사건을 처리하려고 했는지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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