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큰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와 소규모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가 술을 함께 했다. 큰 언론사에 있는 기자와 소규모 언론사에 있는 기자는 함께 언론의 역할과 저널리즘을 공부하며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토론하곤 했다. 이들은 한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모니터 모임에서 만났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언론보도를 모니터하면서 언론계에 나가면 정론직필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매월 이달의 좋은 칼럼과 나쁜 칼럼 등을 투표로 뽑기도 했고, 연말마다 올해의 10대 왜곡 편파 보도를 선정하기도 했다.

‘언론은 대결적 시각으로 접근하며 선정적 보도, 추측 확대보도, 경쟁적 떼거리즘 등으로 전쟁을 부추기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대북 보도), ‘부산을 비롯한 영남 지방의 경제 악화 원인을 심층분석 없이 결과 위주로 보도, 그 신빙성에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지역감정 조장 보도), ‘시민을 볼모로 한 불법파업으로 나라경제를 파탄시키는 주범이니 정부는 타협 없이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지하철 파업 보도) 등 당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1)

▲ 본 언론포커스의 제목 ‘기자에게 얼마나 많은 조회수가 필요한가?’는 톨스토이 단편 소설 제목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를 변용한 것입니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기자 윤리에 관해 쓴 글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본 언론포커스의 제목 ‘기자에게 얼마나 많은 조회수가 필요한가?’는 톨스토이 단편 소설 제목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를 변용한 것입니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기자 윤리에 관해 쓴 글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각자가 일주일 동안 본 신문 내용을 제목과 부제목, 기사가 어느 면에 어떤 크기로 배치됐는지, 기사의 핵심과 취재원을 정확히 밝히는지, 사건 개요를 잘 설명하고 분석과 대안을 밝히고 있는지 등을 차근차근 종이에 적어 나갔다. 모임 날에는 그 신문 보도의 문제점을 말하면서 다른 신문이 어떤 논조로 보도하는지를 살폈다.

당시 현재 큰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는 매체는 계급 차별을 은폐시키거나, 계급 갈등과 정치 질서에서의 변화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하는 지배계급을 위한 변호자로서 행동함으로 봉사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2)

현재 소규모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는 언론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한 언론사 소속 기자들을 이야기하면서 대안 언론의 중요성을 외쳤다. 모니터 모임이 끝난 뒤 이어진 ‘뒤풀이’에서 항상 부딪쳤지만 끝에 가서는 어깨를 걸면서 마무리했다. 때로는 방송보도를 모니터하는 이들과 만나 신문과 방송 매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치열한 토론을 하기도 했고, 기자를 불러서 논의하면서 ‘시민 언론 모니터’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 기자는 “일종의 아마추어리즘을 감안하더라도 언론 전문 시민단체의 위상에 맞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조중동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그들을 타깃으로 삼아 분석 결과를 맞추는 모니터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관점이나 해석의 차이가 아닌 팩트 보도의 경우 어렵겠지만 타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크로스 체크 등을 시도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했다.3)

언론을 분석하고 비판하던 이들은 시간을 두고 하나둘씩 언론사로 들어갔다. 물론 몇 번의 언론고시 낙방을 겪기도 하면서 다른 직업을 택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긴 시간 폭탄주를 마시며 전화 통화를 하거나 카톡 등을 확인했다.

“맞아. 내가 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건 맞아. 그래도 누구한테도 굽실거릴 필요도 없고, 누굴 겁낼 필요도 없어. 하지만 너희는 안 그러잖아. 구조가 복잡하고 결국 게이트 키핑에서 잘려나가는 거 아니야. 아마 그러다 보면 지치게 되고 의미를 찾지 못할걸.”

“그래 맞아. 그런데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구조적으로 보면 포털과 페이스북 좋은 일 시켜주는 거 아니야. 실시간 검색어를 보면서 기사 쓰고 있는 거 아니야? 그 뉴스 어디서 봤어?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없잖아.”

“무언가 집중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놓치는 것이 없는지를 더 걱정하는 것이 맞아. 그래도 나름 파 보려고 해도 막상 해 보면 공력도 많이 늘고 반응도 시큰둥해. 회사가 전체적으로 밀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늘 사람과 시간이 부족해.”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한 명이 계속해 고개를 끄덕였다. 잠이 든 기자의 꿈에 한 언론사 사장이 나타나 온라인 특별팀에서 일하라고 했다. 그는 기사에 조회수가 높아지면 임금을 더 준다고 했다. 기자는 실시간 검색어와 다른 언론사의 기사들을 보면서 열심히 기사를 썼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직접 인터뷰를 하지 않고도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조회수가 올라가자 사장은 임금을 올려주면서 더 도약하자고 했다. 기자는 페이스북과 인터넷 서핑을 통해 얻은 사진 소스와 내용 그리고 소위 ‘받은 글’ 등을 살짝 가공하면서 글을 만들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인물 조회수와 사건에 약간의 시각과 검색 내용을 덧붙이자 기사는 멋지고 현장감 있게 만들어졌다. 조회수와 댓글을 폭발적으로 붙었다. 사장은 기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정말 대단하군. 엄청난 조회수’라고 했다.

“집에 가자.” 한 기자가 잠이 들었던 기자를 깨웠다. 일어난 기자는 물을 마신 뒤 화장실에 가서 스마트폰을 꺼낸 뒤 자신이 쓴 기사의 조회수와 네티즌 반응을 살폈다. 쓴웃음을 지었다.


1) ‘20세기 언론의 마지막 그림자’ (1999년 모니터 보고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120~122p)

2) 대중매체비평의 기초 (아더 아사버거 지음, 이론과실천 56p)

3) ‘2002 신문 방송 모니터 자료집’ (일간지 기자가 바라본 민언련 신문모니터, 228p)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