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일 대북특사단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문한 서훈 국정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최근 이룩한 남북관계 진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변화의 의지와 관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훈 국정원장은 이날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만난 아베 총리가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앞으로의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져 있을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협력,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서훈 국정원장은 전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북미대화까지 조율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목전에 둔 상황에 놓이자 일본 역시 북일관계 개선 여지가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아베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내놓은 발언과 비교해서도 급반전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23일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올림픽에서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북한에 압력을 극대화해 나갈 방침은 조금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생각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명확히 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또한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된다”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재개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올림픽 기간 동안 도발이 억제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북한은 그간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 왔다. 따라서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국면을 조성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의제로 올려 평화적 해결을 모색한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을 반대하며 제재일변도 대북정책을 주장했던 게 아베 총리였다.

▲ 지난해 11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연결고리로 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뤄낸 한국 정부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아베 총리는 서훈 국정원장과 면담 자리에서 핵 문제뿐 아니라 납치문제까지 포함해 북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핵미사일, 납치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일본의 기본적인 방침”이라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대화에 일본도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해 말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한국과 긴밀히 연계하고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핵미사일, 납치 문제를 해결하도록 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훈 원장은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평화가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한일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전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 면담에서 서훈 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고, 이에 아베 총리가 문재인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서훈 원장은 전했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동북아 지역질서는 어떤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한미일 동맹을 강조해왔던 일본도 이에 대한 준비를 위해 태세전환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은 북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 당사자로 참여하고 싶은 바람을 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