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세청이 지난 20일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제한적으로 발표한 뒤 기자들은 각 출입처를 통해 추징액 규모, 검찰고발 대상 언론사, 상대사 분위기 탐색 등에 대한 정보수집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취재원이 한정돼 있어 이들 대다수가 파악한 정보의 수준은 부정확하거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한다는 게 기자들의 하소연이다. 대부분의 출입처 기자들이 정보수집에 나서고 있지만 그나마 얘기가 나오는 곳으로는 국세청, 재경부, 금감원, 여당, 청와대, 경찰을 꼽는다.

국세청 기자실은 이번 세무조사의 핵심적 취재구역인 만큼 대부분의 기자들이 밤늦게까지 퇴근도 하지 못하고 작은 정보라도 얻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출입기자는 “세무조사 발표 2주전부터 각사의 추징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며 “한 달 가까이 매일 끝까지 남아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 하다보니 무척 고생스럽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그러나 국세청은 정보통제가 심해 쉽게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다”며 “오히려 국세청에서 검찰로 넘어가면 정보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효과적인 정보수집을 위해 일부 기자들은 국장이나 부장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다른 출입기자는 “추징액 규모가 한두 푼도 아닌데 기자 혼자 알아서 할 수 있겠느냐”며 “사주가 있는 언론사의 경우 데스크가 확인할 내용을 지시하면 이를 알아보는 식으로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관련 부처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재경부와 공정위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간접적으로 정부와 국세청의 분위기와 방침을 파악하기 위해 부총리나 세제실장 등과 접촉하려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사주 고발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신문사의 기자들은 서로 정보교환을 하며 이후 대응방침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며 “일부사는 전현직 국세청 출입기자들까지 동원해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보가 나올 수 있는 또다른 핵심구역 중 하나인 청와대도 주요 창구다. 세무조사 결과 발표 뒤 청와대 관계자와 기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한 방송사 기자는 “우리 회사도 고발이 되느냐”고 질문했고, 이 관계자가 “당신들은 해당사도 아닌데 왜 자꾸 묻냐”고 답하자 함께 있던 기자들은 곧바로 해당 방송사는 빠진 것으로 보인다는 정보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출입기자들도 분주히 움직이나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게 기자들의 분석이다. 한 시경캡은 “점심식사 때 모이면 화제가 세무조사지만, 정확한 정보보다는 소문만 무성하다”며 “심지어 자사에서도 일선기자들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그저 귀동냥으로 듣는 얘기를 서로 주고받는 정도”라고 말했다.

기자들의 정보가 경찰에게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한 중앙일간지 경찰기자들이 수집해 취합한 각사 추징액 규모가 경찰에게 건네졌다가 다른 기자에게 다시 건네지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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