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메시지에는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의사가 담겨 있다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밝혔다.

정 실장은 9일(한국 시간) 오전 9시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청 메시지를 보내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5월까지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하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 3월9일 연합뉴스TV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TV 뉴스 갈무리
▲ 3월9일 연합뉴스TV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TV 뉴스 갈무리
남과 북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호 방문하고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뒤 북미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직접 핵과 미사일 발사 중단 의사를 밝힌 것은 중대 결정에 가까워 보인다.

북미가 서로 카드를 교환하며 눈치보기를 하지 않겠느냐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사실상 쥐고 있던 패를 보여주면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측이 핵·미사일 중단 의사를 타진하고 이에 미국도 대화의 조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하면서 북미 대화의 초석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관건은 대북특사단 언론발표문에도 나와 있듯이 한반도 비핵화의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체제 안정을 보장하는 방법에 대한 북미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의 방법과 관련해 한미연합군사 훈련의 완전한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주한 미군 철수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군사훈련 중단으로 상당히 위협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으로서도 군사연합 훈련 중단을 통해 핵무기 폐기로까지 이끌 수 있다면 수용할 수 있다. 대북제재 완화와 군사적 위협 해소 문제를 핵무기 폐기로 교환가능하다면 그런 조건(군사훈련 중단)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실장은 “북한 핵 문제는 고도의 정책 문제다. 실무진 인사들이 만나서 해결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어려울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 빅딜이 가능하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양측은 고위급 접촉을 통할 것으로 보인다. 특사로 방남했던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 특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도 국무장관급 인사를 북에 보내고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구상을 사전에 파악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 gettyimagesbank,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 gettyimagesbank,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장소와 관련해서는 양측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북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오는 것을,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으로 온다면 회의 탁상에 햄버거를 놓고 협상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정 실장은 “정상회담 장소를 어디로 할 건지 실무진들이 논의하겠지만 워싱턴 DC로 김정은 위원장이 간다는 결정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까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4월말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정 실장은 “4월말 남북정상회담에서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을 보고 그걸 기반으로 해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을 가질 수 있다”며 “우리 정부도 대화할 동력이 끊기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 4월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5월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게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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