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홈쇼핑사들이 역대급 제재를 받게 되면서 ‘멘붕’에 빠졌다. 홈쇼핑사들은 바뀐 심의 기조에 당황하며 매출과 재승인 심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심의소위원회는 7일 백화점에서 임의 발행한 허위 영수증을 통해 시청자를 기만한 롯데홈쇼핑에 대해 방송법상 최고 수준의 징계인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전체회의에 건의했다. 앞서 지난주 GS SHOP·CJ오쇼핑이 같은 문제로 ‘과징금’부과가 건의된 바 있다.

이들 홈쇼핑은 ‘쿠쿠밥솥’ 판매방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백화점 영수증을 보여주며 “백화점에서 근 60만 원에 가까운 동일제품을 이 조건에 오늘” “백화점가 대비 무려 22만 원을 아껴가시는” 등의 표현을 썼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제품을 샀을 때 나오는 영수증이 아니었다.


▲ GS SHOP, 롯데홈쇼핑 방송내용.
▲ GS SHOP, 롯데홈쇼핑 방송내용.

세 홈쇼핑사는 지난주 방통심의위에 출석해 의견진술을 하고 심의를 받을 계획이었으나 롯데홈쇼핑의 경우 ‘연기’를 요청해 심의가 늦춰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롯데홈쇼핑이 ‘허위영수증 논란’을 반박할만한 자료를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허위영수증’이 아닌 ‘임의영수증’이라고 항변했다. ‘임의영수증’은 실제 제품을 구매한 영수증이 아니라 제품을 만든 사업자가 정한 임의 가격이 담긴 영수증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사가 정한 가격보다 싸게 판매되는데 방통심의위는 홈쇼핑사가 이 같은 맹점을 악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롯데홈쇼핑측은 해당 제품이 오픈 프라이스제로 운영돼 이용자마다 다른 가격에 구입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책정한 가격이 나온 영수증을 썼다고 주장했다. 반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주장이지만 사실상 영수증이 실제 가격과 다르다는 점을 자백한 셈이다.

광고심의소위는 “임의적으로 발행한 허위 영수증을 방송 중에 노출하는 것을 관행이라고 여겨 지금까지 방송을 진행해온 것은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방송내용을 신뢰한 시청자를 기만한 것으로 시청자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심의에 관한 최종 결정은 전체회의에서 이뤄지지만 일반적으로 소위에서 다수의 찬성으로 의결된 안건에 대해 다른 결정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홈쇼핑사들은 ‘멘붕’ 분위기다. 과징금 제재를 받게 되면 재승인 심사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10점 감점이 돼 타격이 큰 데다 ‘허위영수증 발급’은 관행으로 앞으로도 중징계가 잇따라 내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설립 이후 이번 심의 이전까지 과징금 제재는 2012년 롯데홈쇼핑에 대한 1건 뿐이었다.

또한 홈쇼핑이 가격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 써온 임의영수증을 발급하는 관행이 사라지면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홈쇼핑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통심의위의 달라진 스탠스에 당황스럽다. 이전에 비해 굉장히 달라진 거 같다. 이 정도의 수위는 전례가 없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에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홈쇼핑 심의제재 내역. 과징금 제재는 2012년 이후 없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홈쇼핑 심의제재 내역. 과징금 제재는 2012년 이후 없었다.

특히 이 같은 심의 기조가 오는 4월 재승인을 앞둔 롯데홈쇼핑의 탈락 여부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번 재승인 과정에서 허위사업계획서를 작성한 점이 드러났고, 재승인 합격을 위해 전병헌 전 의원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번 재승인 때 롯데홈쇼핑은 672점(650점 이상 합격)을 받아 합격 기준을 가까스로 넘기기도 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과징금 제재가 추진되고 있지만, 확정되려면 전체회의에서 의결 후 정부부처의 행정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사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위원회가 전체회의 결과가 아닌 소위원회 결과를 보도자료로 쓰는 데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소위의 내용이 보도자료화되는 건 이번 방통심의위에서 처음하는 것”이라며 “이전에는 전체회의 의결이 끝난 다음 보도자료가 나오긴 했는데, 이 건의 경우 ‘의견진술을 하겠다’ ‘소위를 열겠다’ ‘전체회의에 건의했다’ 등 여러번 자료가 나오는 상황이라서 좀 그렇다”고 말했다. 보도자료가 여러번 나오면 이를 언급하는 기사가 많아지기 때문에 업계가 불편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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