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포함한 대북특사단 방북 결과 6개항 언론발표문이 나오기까지 자세한 내막을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숙성된 고민이 합쳐져 6개 항목이 나왔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5일과 6일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접견하고 6개항을 도출한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특사단 단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한미군사연합훈련 재개 등 우리 측 입장을 담은 메모지를 들고 김 위원장을 접견했다. 정 실장은 메모지에 담긴 내용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면서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시간 남짓 나눈 대화 속에서 6개항이 도출됐다. 접견을 마친 특사단 관계자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친 남과 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남과 북이 속전속결로 6개항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이 방남했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의제 등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주파수를 맞춰놨기 때문이란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남 인사들과 접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방법론, 군사회담 , 문화교류 문제까지 폭넓게 의견을 제시했고, 북으로 돌아간 인사들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준비해놓은 답안지’를 특사단에 주면서 속전속결로 6개항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특사단의 방북 뒷이야기도 자세히 밝혔다.

특사단은 방북 첫날인 5일 예상을 깨고 김정은 위원장과 접견을 하게 됐다. 전례에 비춰보면 방북 후 공식 접촉이 곧바로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특사단 방북 첫날 접견이 이뤄진 것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5일 특사단이 숙소에 도착한 직후 김영철 통일선전부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접견이 있을 것이라고 통보를 해왔다고 한다.

특사단 관계자는 방북 첫날 숙소로 이동해 짐을 풀고 있는데 김영철 통전부장이 찾아와 앉자마자 김정은 위원장을 오늘(5일) 만날 것이라고 말해 “일이 잘 풀리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접견 일정이 확정된 다음 특사단은 노동당 본부로 이동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은 본부 입구 밖에서 특사단을 맞이했다. 특사단은 본부 안으로 들어가 기념 사진을 찍고 접견 장소로 이동한 다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 지난 5일 노동당 본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 지난 5일 노동당 본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김 위원장은 국내 언론이나 해외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나 알려진 이미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평가나 이미지에 대해서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여유있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한 이후부터 한반도 평화 구상과 관련한 대통령의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특사단은 전했다. 특사단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전 세계 시선과 우리 국민들이 갖는 기대를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의 접견에 대해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은 몇 가지 난제를 말끔히 푸는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사단은 만찬에 대해 “화려한 환대, 극진한 환대라기보다 굉장히 세심하고 정성어린 대접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례로 북측 인사가 방남했을 때 평양냉면과 평양식 온반 등 북한 음식 얘기가 나왔는데 특사단 방북 첫날 만찬장에서 평양식 온반이, 두 번째 날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이 나온 것을 보고 세심하게 환대를 준비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북측은 숙소로 이용된 고방산 초대소 한층을 특사단이 사용하도록 비웠다. 초대소 안에서 KBS와 MBC 공영방송과 미국 CNN, 중국 CCTV 등 수십 개 채널을 볼 수 있었고, 한국의 포털 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어 국내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찾아봤다고 특사단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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