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가해자로 고발되면서 박수현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 후보는 청와대 대변인직을 발판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충남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안희정 전 지사의 후계자라는 인식이 강했고 선거운동에서도 안 전 지사를 적극 활용했다.

박 후보는 사석에서 안희정 전 지사의 이름을 부를 만큼 막역한 사이다. 학생운동 선후배로 만나 동고동락했고, 2010년부터 안희정의 측근으로 통했다.

지난 2010년과 2014년 두 번의 지방선거에는 안 전 지사의 캠프 총괄선대본부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한 후 민주당 디지털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박 후보는 지난 민주당 대통령 경선 당시 안 전 지사의 대변인격으로 활동했다.

▲ 6일 충남 천안시 불당동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빌딩 외벽에 후보자가 성폭행 파문을 빚고 있는 안희정 지사와 어깨동무를 한 사진이 걸려 있다. 박 후보측은 이 플래카드를 당분간 그냥 걸어두기로 했다. ⓒ 연합뉴스
▲ 6일 충남 천안시 불당동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빌딩 외벽에 후보자가 성폭행 파문을 빚고 있는 안희정 지사와 어깨동무를 한 사진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박 후보가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것도 안희정 전 지사의 ‘몫’으로 보는 분석이 유력하다. 안 전 지사가 도지사 3선 불출마 뜻을 밝힌 뒤 박수현 예비후보를 후임으로 염두에 뒀다는 얘기도 파다했다.

박 후보는 도지사 출마 선언 이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 지사가 지난 대선 경선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성공한 도지사란 배경은 저 뿐만 아니라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됐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희정 전 지사가 정치적 공동운명체였던 셈인데 이젠 안희정 이름 석자가 큰 짐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경선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충남도지사 출마자는 박수현 후보, 복기왕 후보, 양승조 국회의원이다. 대변인직 사퇴 문제로 출마 시기가 늦어지면서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나머지 두 후보의 조직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됐다. 이번 파문으로 추격의 동력이 상실됐다.

박 후보의 선거운동 콘셉트는 청와대 대변인 경력과 안 전 지사와의 동행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친문-친안 계파를 동시에 끌어안고 통합 도지사가 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5일 박 후보는 출마 선언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안 전 지사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중 해저터널 건설이 문재인 정부의 장기 국책과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고, 서산비행장 민항유치 사업도 조기에 추진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충남도민에게 약속한 공약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010년 도지사에 도전할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안희정의 새로운 도전을 설계하고 지원했다”며 “3농 혁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내포신도시의 교육 의료 등 자족 기능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기호 1번 박 후보의 현수막은 용도폐기 됐다. 그의 현수막은 ‘문재인‧안희정의 대변인’이라는 글귀 아래 안 전 지사와 어깨동무를 한 사진이 들어가 있다. 천안시 등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의 페이스북 대문 사진도 교체됐다. 안 전 지사와 함께 ‘동행’을 강조하며 걷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현재 박 후보가 혼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바뀌었다.

지역 정가에서는 지역 특성상 부동층이 많은 곳인데 이번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폭로 파문으로 선거 막판까지 표심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민주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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