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수행비서를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폭로가 나온 당일에도 ‘미투’ 운동을 장려했다. 안 전 지사가 성폭행 피해자에게 ‘미투’ 운동을 언급하면서 또 다시 성폭행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안 전 지사의 이중적 태도는 더 큰 공분을 부르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의 김지은 전 수행비서(현 정무비서)는 5일 오후 8시30분 경 JTBC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하며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지사는 6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며 모두 제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성폭행 폭로가 나온 5일 오전 안 전 지사는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강연을 하며 미투 운동을 장려했다. 안 전 지사는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이 강연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 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서 살아왔다”며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성 평등 관점에서 인권 유린을 막아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자”고 말했다.

그는 “반상의 신분 질서를 없애고 국가 간 제국주의를 통한 침탈의 역사를 극복해왔다”며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문화 속 성차별과 폭력의 문화를 극복해 인권을 진정으로 실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전 지사는 “지난 3년간 충남도는 인권도정이라는 관점에서 일체의 희롱이나 폭력, 인권유린을 막아내는 일에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로 인권도정이 계속해서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체의 희롱이나 폭력, 인권유린을 막아내는 일에 노력을 했다고 강연하면서, 자신은 수행 비서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는 폭로의 장본인이 된 것이다. 이런 안 전 지사의 이중적 태도는 그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안 전 지사는 피해자에게 ‘미투’ 운동을 언급한 당일에도 성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김지은 정무비서는 “안 지사가 미투 운동을 언급한 날에도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김지은 비서는 “2월25일 지사가 저를 밤에 불러서,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며 “저에게 ‘미투’를 보면서 ‘너에게 상처가 되는 줄 알게 됐다. 그때 괜찮냐’고 얘기해주셨다. 그래서 ‘오늘은 안 그러시겠구나’라고 생각 했는데 결국엔 그날도 그렇게…”라고 말했다.

이러한 안 전 지사의 태도는 이중적일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또 다른 억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김지은 비서는 “지사가 저한테 ‘미투’를 언급한 것은 ‘미투’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걸로, 지시로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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