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뉴시스 노조는 ‘노조 무력화 저지, 연봉제 차별 철폐’를 위한 쟁의행위 출정식을 갖고 한 달 가까이 투쟁 중이다.

앞서 지난달 9일 사측이 임·단협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쟁의 중에도 노사 협상은 이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시스지부(지부장 신정원·뉴시스지부) 집행부와 사측 간 잠정 합의안이 지난 7일 나왔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거부했다. 연봉제 차별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뉴시스지부는 지난 7~8일 시한부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회사는 “파업할 경우 원점으로 돌아간다”며 “앞으로 사측 안도 제시하지 않고 노조 안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정문재 뉴시스 경영기획실장은 지난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적인 의사 표명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의 문을 닫아놓고 있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노사 갈등을 풀어낼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주요 쟁점은 연봉제다. 경영진은 기자들을 평가해 그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싶어 한다. 노조는 연봉제 직원이라 하더라도 호봉제 직원에 준해 임금 안정성을 보장하고자 한다. 뉴시스는 경력직들을 연봉제로 계약해왔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입기자 채용도 연봉제로 진행하고 있다.

좋은 기사·기자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 회사가 기자들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임금 등을 결정할 경우 결국 회사의 말을 잘 듣는 이들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더구나 뉴시스 대주주인 머니투데이그룹은 ‘무노조 경영’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뉴시스지부가 성과급뿐 아니라 연봉 협상 자체도 노사협의 대상으로 포함하려던 이유다.

▲ 언론노조 뉴시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사내에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언론노조 뉴시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사내에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뉴시스지부는 단체협약 규정이 호봉제인데 회사가 연봉제 공채를 진행하고 호봉제 직원을 연봉제로 전환하려 한 것, 노조와 임금 협상을 성실히 하지 않고 임협 결렬 후 근거 없이 성과급을 지급해 노조 활동을 방해한 것 등을 문제 삼아 지난달 31일 뉴시스(대표 김형기)를 상대로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뉴시스 갈등은 회사 차원을 넘어 법의 영역에 들어섰다.

주목받지 못하는 투쟁

뉴시스지부 투쟁은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크게 주목을 받았던 공영방송의 공정방송 투쟁에 비하면 민영통신사의 갈등은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인식되기 마련이다. 또한 주요 투쟁 요구가 YTN노조(언론노조 YTN지부)와 같이 ‘공정보도를 위한 사장 퇴진’이 아니라 ‘연봉제 차별 방지 대책 마련’인 것도 명분 싸움에서 밀리는 요소다.

YTN의 경우 지난 9년의 고통을 시민사회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큰 지지를 받는 측면도 있다. 그에 비해 뉴시스는 이제 막 싸움이 시작된 사업장이다.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을 경우’라는 조건이 있었지만 YTN노조의 경우 노조가 노동위원회 조정안을 거부하며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반면 뉴시스의 경우 사측이 조정안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뉴시스지부는 사측과 대화를 유지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 민영통신사 뉴시스
▲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

뉴시스지부 집행부는 쟁의권을 확보한 이후에도 사측 비판에 있어 일정한 수위를 유지했다. 지난달에는 홍정호 머니투데이 미디어 총괄사장(뉴시스 이사) 모친상을 이유로 사측이 휴전을 요청했고 이에 노조는 예정된 기자회견을 연기했다. 현재까지도 뉴시스지부는 경영진 개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치열하지 않은 싸움은 관심 받지 못한다.

뉴시스, 무시할 수 없는 언론

그럼에도 뉴시스지부 투쟁은 의미가 있다. 언론사 규모는 방송사들에 비해 작지만 영향력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포털 주요뉴스 배열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PC와 모바일 모두 뉴시스는 3위(연합뉴스 1위, 뉴스1 2위)를 기록했다. 포털 다음의 경우 연합뉴스에 이어 뉴시스가 2위였다.

▲ 포털 다음의 언론사 배열 순위.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 포털 다음의 언론사 배열 순위.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조선일보를 비롯해 뉴시스와 전재 계약을 맺은 다수 언론사가 뉴시스 기사를 구입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이다.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뉴시스 기사들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쏟아지는 기사 뒤에 열악한 통신사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있다. 지난해 추가 수당을 없앤 회사를 상대로 기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하루 8시간 근무’ 투쟁을 선포했다. 10기 조합원들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업계 최저 수준의 임금과 법정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시간외 근무 수당을 받아오면서도 국내 최초 민영 뉴스통신사의 골간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자신을 희생했다”고 밝혔다.

언론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은 보도 공정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난달 석연찮은 이유로 YTN노조 파업과 최남수 YTN 사장 비판 관련 뉴시스 기사가 출고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측은 “팩트 확인이 필요해 보류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결국 해당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다.

명절 연휴 직전 뉴시스지부는 두 번째 이틀짜리 시한부 파업을 했다. 사측은 평창올림픽 취재팀을 철수시켰다. 정 실장은 “4년마다 열리는 데다 한국에서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올림픽 취재를 오후 6시까지만 하겠다며 거부했으니 섭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지부 한 조합원은 “취재하고 싶은 마음으로 접고 오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철수한 취재팀을 위로했다.

뉴시스지부 투쟁은 다수 언론인이 피부로 느껴온 것이다. 11기 조합원들은 “머투 그룹 인수 이후 급속도로 자행된 연봉제 채용과 개별 협상, 육아휴직 복귀자 지방본부 파견, 편집국 내 CCTV 설치, 야근 최소화, 연수 규정 변경, 구성원 평가 등 불편부당한 처사에 이제나마 눈을 떴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지금도 오전 8시부터 회사 앞에서 경영진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경영진의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을 분위기다. 7기 조합원들은 “2009년 5월 제작거부 투쟁으로 호봉제를 얻어냈고, 2014년 출근저지 투쟁으로 장재국(이전 대주주)을 몰아냈던 7기는 다시 한 번 일어설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향후 노조는 임·단협 쟁점 중 노조가 제안했지만 사측이 인사권 침해를 이유로 거절했던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등 공정 보도 이슈로 사안을 확대하거나 전면 파업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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