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여론조사전문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2월 방송사 뉴스신뢰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JTBC·KBS·MBC·SBS 등 주요방송사 모두 신뢰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앞서 KBS는 지난해 12월 실시한 직전 조사에서 12.9%라는 최저 신뢰도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14.9%를 기록했다. 이는 고대영 KBS사장이 해임되면서 KBS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KBS정상화 투쟁을 주도했던 양승동 PD가 신임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KBS의 신뢰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높다.

MBC는 직전 조사에서 5.6%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6.7%를 나타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간 무너진 MBC의 신뢰도를 단기간 내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 응답자들이 ‘JTBC가 아닌 MBC’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S와 MBC는 유의미한 신뢰도 상승을 나타내기 위해 JTBC를 넘어설 수 있는 ‘사건’이 필요하다. 

▲ 미디어오늘-에스티아이 방송사 신뢰도 조사 결과 추이. 디자인=이우림 기자.
▲ 미디어오늘-에스티아이 방송사 신뢰도 조사 결과 추이. 디자인=이우림 기자.


JTBC는 직전 조사에서 42.9%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선 44.6%의 신뢰도를 나타냈다. JTBC는 현재 한국사회 최대 이슈인 ‘미투 운동’(Me too, 나도 성폭력 피해자다)의 발화점이라 할 수 있는 서지현 검사 인터뷰를 지난 1월29일 단독으로 내보내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데 8년이 걸렸습니다.” 서 검사 폭로 이후 법조계를 비롯해 예술계 등 사회 전반에 성폭력을 고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49세 시청자 71만 명이 이날 ‘뉴스룸’을 봤다. 반면 KBS 1TV ‘뉴스9’의 같은 날 20-49세 시청자수는 55만 명이었다. 이 같은 JTBC의 영향력은 이후 미투운동의 확대로 이어졌다. 

▲ 1월29일 JTBC '뉴스룸' 서지현 검사 인터뷰 화면 갈무리.
▲ 1월29일 JTBC '뉴스룸' 서지현 검사 인터뷰 화면 갈무리.
당시 ‘뉴스룸’은 서지현 검사 인터뷰에만 18분을 쓰며 이 사건을 비중 있게 전달했다. ‘오늘 봤던 뉴스의 반복’이 되기 쉬운 저녁시간 종합뉴스와 다르기 위해 변칙적인 뉴스 편성과 화제 인물의 사운드바이트 비중 강화와 같은 작전이 JTBC만의 강점이다.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비롯해 많은 방송사들이 JTBC를 뛰어넘기 위해선 내용과 형식면에서 다르게 접근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JTBC는 미디어오늘이 신뢰도 조사를 시작한 2015년 10월 이후 28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지상파3사 모두 뉴스신뢰도가 상승세를 보인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정권교체 이후 지상파3사 모두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적폐청산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내부투쟁을 전개한 결과 KBS와 MBC에선 김장겸·고대영 사장이 해임됐고 SBS에선 ‘사장 임명동의제’라는 방송사史에 전무후무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했다. 이 같은 내부투쟁이 보도 및 제작 자율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SBS는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블랙하우스’, MBC는 주진우 기자와 배우 김의성씨가 진행하는 ‘스트레이트’를 편성하기도 했다. 

현재 최남수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YTN은 6.6%의 신뢰도를 기록하며 지난해 6월 조사 이후 8개월 연속 신뢰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조준희 사장 사퇴 이후 YTN의 적폐청산과 보도공정성 회복이란 목표에 걸맞은 사장이 나타나지 않은 결과다. 2월23일~24일 실시된 이번 조사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방식의 ARS여론조사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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