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청와대 안보실장 주최로 오찬을 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를 논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26일 오전 12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북측 고위급대표단과 정부 측 인사들이 참석해 오찬 자리를 가졌다.

정부 측에서는 정의용 안보실장, 남관표 2차장, 천해성 통일부차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김영철 단장, 리선권 조평동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양측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화합의 올림픽 정신 구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복원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균형있게 진전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측 대표단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평창 모처에서 만나 남북관계 개선 및 북미대화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말했고, 북측은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북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 한반도 비핵화를 의미한 것이라는 관계자의 설명도 뒤따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류옌둥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류옌둥 부총리를 만나 “최근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의 만남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한 바 있다. 이날 오찬에서 양측 사이 구체적으로 오간 대화 내용도 밝히지 않았다.

김여정 부부장 방남 당시 청와대가 대통령과의 접견과 오찬을 경내에서 진행하고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것과 비교된다. 청와대는 야권이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영철 단장의 방남을 반대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판단해 구체적인 접촉의 모습과 대화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북대화 개선이라는 큰 틀 안에서 올림픽 이후 대화 기조를 이어가는 실무적 조치를 논의하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대사’의 역할을 했다면 김영철 단장은 남북대화를 개선시키기 위한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인사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 측에서도 실무급 인사와의 접촉면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철 단장은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 직책을 맡고 있는데 우리 정부 측에서 서훈 국정원장을 카운터 파트너로 놓고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초 북측 대표단에는 최강일 북 외무성 부국장이 포함돼 있어 북미접촉에 따른 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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