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을 받고 오마이뉴스 기사 배열에 손을 댄 네이버가 오마이뉴스의 공문에 4개월 동안 침묵하다 관련 기사가 나오자 이틀 만에 답을 내놓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1일 기사를 내고 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가 네이버에 공문을 통해 기사배열조작에 대한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으나 네이버가 회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0월20일 ‘한국프로축구연맹, 누군가를 처벌할 자격이 있나’기사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독자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재배치된 정황이 엠스플뉴스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보도 직후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사과문을 올리고 네이버스포츠의 경우 기사배열 부문과 스포츠단체 영업 부문이 같은 조직에 있어 문제가 발생했다고 강조하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오마이뉴스는 기사배열조작이 드러난 지난해 10월25일 공문을 내고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며 요구안을 전달했다.

오마이뉴스는 △오마이뉴스 기사 재배열에 대한 내부 감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추가적인 사례는 없었는지, 뉴스 배열 공정성 문제 등에 대한 전면 감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 제휴언론사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청회 등의 자리를 만들 것 등을 요구했다.

최경준 오마이뉴스 기자(당시 편집국장)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재발방지, 문제개선 차원에서 네이버에 공문을 보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답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을 했음에도 답이 없어 기사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최경준 기자는 한성숙 대표의 사과문에 대해 “엠스플뉴스가 공개한 청탁문자를 보면 ‘마지막 부탁’이라고 나온다. 처음이 아니라는 게 명확한데 네이버는  한 건만 사과하고 이전에 벌어진 문제에 관한 조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스포츠의 경우 뉴스와 영업조직이 하나이기 때문에 청탁이 가능하다는 점을 그동안 네이버가 몰랐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4개월 동안 침묵하던 네이버는 기사가 나오자 이틀만인 23일 회신 공문을 오마이뉴스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회신 하루 전인 22일 네이버 관계자는 “조만간 회신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답변이 늦어진 건 개선절차를 우선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제공한 네이버의 회신 공문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마이뉴스 구성원과 (기사 작성자인) 시민기자 이근승님께 실망을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건 4개월 만에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한 것이다.

네이버는 공문을 통해 △스포츠이용자위원회 발족 △공론화포럼 발족 및 공개토론회 개최, 이용자 조사 실시 △기사 배열에 인공지능 알고리즘 시스템 도입 △기사배열혁신 TF구성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네이버가 사과와 함께 발표한 대책과 대동소이하다. 오마이뉴스가 요구한 과거 기사배열 조작사례 ‘전면 감사’ 실시와 관련해 네이버는 답을 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회신 공문에 대한 입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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