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툼’이 유튜브 약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유튜브는 특정 콘텐츠의 삭제 배경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구자환 감독은 최근 유튜브에 올린 자신의 영화 ‘레드툼’이 약관위반을 이유로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3만 조회수를 넘겼는데 갑자기 삭제됐다. 사전에 아무런 고지도 받지 못했고, 이후에도 왜 삭제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자환 감독은 항의 차원에서 삭제되지 않은 영문판 영상까지 삭제한 후 유튜브가 아닌 비메오 플랫폼에 영상을 올렸다.

레드툼은 1950년 보도연맹 민간인 학살 사건의 잔혹성을 조명하는 내용이다. 보도연맹은 1949년 좌익 전향자를 계몽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실제로는 좌익과 관련이 없는 이들이 대거 포함됐는데 6·25 전쟁 직후 정부는 수만명의 보도연맹원들을 좌익으로 규정하고 집단학살했다.

유튜브는 약관상 커뮤니티 가이드를 위반한 영상을 삭제조치하고 있다. 여기에는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증오성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 △저작권 위반 콘텐츠 등이 해당된다.


▲ 구자환 감독의 레드툼 포스터.
▲ 구자환 감독의 레드툼 포스터.

그러나 구자환 감독의 ‘레드툼’은 본인이 만든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위반했을 수 없다. 또한 국내 영상물 등급 심의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결정을 받는 등 선정성, 잔혹성, 폭력성이 과도하다고 보기 힘들다. 유튜브는 19세 이상 관람가 영상의 경우 성인인증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영화를 삭제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구자환 감독은 같은 영상을 한국 버전과 영어버전 두가지로 제작해 올렸는데 유튜브는 두 영상 중 한국 버전 영상만 삭제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7일 유튜브에 관련 사항을 문의했고 유튜브는 22일 답변을 보냈다.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영상 삭제 후 해당 사실을 사용자에게 고지하며, 가이드라인 위반 사항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의 신고로 유튜브 담당자가 검토하고 게시 중단한 동영상은 한 개 이상의 약관을 위반 했을 수 있다”라는 입장을 냈다. 

또한 유튜브는 특정 콘텐츠의 삭제 배경을 취재진 등에게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구자환 감독은 유튜브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유튜브 계정은 물론 지메일을 통해서도 어떤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문의사항에 남긴 글에는 아직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유튜브 영상 삭제는 구글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최근 테러나 혐오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부주의하게 콘텐츠를 삭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페이스북은 2016년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의 공습을 피해 알몸으로 울부짖으면 달리는 소녀에 대한 보도사진을 어린이 노출사진이라며 삭제한 후 논란이 되자 복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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