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출석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미투(MeToo)’ 운동 분위기 속에서 불거진 청와대 직원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집중 질타했다.

임명 당시부터 여성 비하 논란을 빚었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과거 저서와 거취 문제도 거듭 제기됐다. 임종석 실장은 “미투 운동으로 벌어지고 있는 직접적 성폭력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 의원들은 탁 행정관 해임까지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임종석 실장에게 과거 논란이 됐던 탁 행정관의 책 내용을 다시 언급하면서 “대한민국 전체 여성이 피해자”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신보라 의원도 “출판물에 의한 간접적 성폭력 사례라고 생각하는데 임 실장이 너무 온건하게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은 “탁 행정관은 당시 (책을) 출판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진심 있는 사과를 했다”면서 “당시 출판사의 기획에 의해 본인이 겪은 실질적 경험이 아니라 허구적인 계획에 의해 출판된 책이라는 것으로 해명했다”고 말했다.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사진=민중의소리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사진=민중의소리
임 실장은 탁 행정관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비교하는 성 의원 질의에 대해 “부적절한 건 같겠지만, 직접적인 성적 폭력이 가해진 것과 출판 행위에 부적절한 것과 정도 차이로 평가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징벌을 할 때도 본인의 진심 있는 사과 여부, 행위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 실장은 이어 “탁 행정관이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여성·사회단체에서 10년 넘게 봉사해오면서 여성단체의 평가도 들었다”며 “우리도 적절한 정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은 내용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신보라 의원은 임 실장에게 “이윤택씨 관련 성폭력 문제가 왜 이제야 불거졌다고 보느냐”고도 물었다. 이에 임 실장은 “우리사회가 오랫동안 그런(성폭력) 문제에 둔감하고 불평등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가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진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뉴욕 방문 직후 발생한 청와대 경호처 직원의 현지 인턴 성희롱 사건과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호처 직원 8명 징계는 2차 피해 문제와 관계가 없는데 이것까지 공개하지 않고, 언론 보도가 나면 최소한만 공개해 은폐 의혹 논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우리가 조치를 늦게 했다면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나 귀국 즉시 엄히 조사해 중징계했고 관련자들도 조사해 마땅히 조치했다”며 “다만 이 사실 공개 여부는 국민 알 권리보다 피해자 2차 피해 문제나 피해자 가족의 요구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상붕 대통령경호처 차장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처 파견 직원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아침 피해자가 바로 문제제기를 하자 경호처에서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경호처에 파견된 해군 부사관 가해자는 지난해 9월23일 귀국하자마자 청와대 조사를 받았고, 이후 10월12일 군으로부터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성희롱 사건은 2차 피해 부분을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도 성희롱 사건을 무분별하게 공개하고 낱낱이 밝히라는 건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 정쟁의 도구로 삼기보다 재발 방지 대책과 조직문화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