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종편 미디어렙이 소유제한을 위반한 채 설립됐으나 방통위가 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 방통위는 브리핑 자료를 통해 과실을 언급하는 대신 위반행위와 제재 결과만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채널A·MBN의 미디어렙에 오는 8월까지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법적인 범위로 조정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의결했다.

미디어렙법에 따르면 방송사가 직접 광고판매를 할 경우 직접적으로 광고주의 영향력을 받는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렙을 두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렙 역시 부적절한 주주의 진입 및 과도한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소유제한을 두고 있는데 대기업·일간신문·뉴스통신사 및 특수관계자가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으며 지주회사, 광고업을 하는 광고대행자는 미디어렙사의 지분을 1%도 소유할 수 없다.

그러나 채널A 미디어렙의 지분 20.20%를 가진 사랑방미디어의 특수관계자로 무등일보가 있어 일간신문 지분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하고 있었고, 또 다른 특수관계자인 에스알비애드가 광고대행자에 해당돼 지분소유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방통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제공.
▲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방통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제공.

MBN 미디어렙의 지분을 14.29% 소유한 한진칼은 지주회사인 데다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으로 소유제한 위반이다.

TV조선 미디어렙의 경우 5.52%의 지분을 가진 크라운해태홀딩스와 4.60%의 지분을 가진 일동홀딩스가 지난해 3월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도 TV조선미디어렙의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홀딩스의 경우 광고대행자이기도 하다.

이날 방통위는 브리핑 자료를 통해 종편 미디어렙의 위반행위와 시정명령 의결 사실만 언급했다. TV조선과 MBN 미디어렙의 소유 제한 위반 시기가 최초 허가 때인 2014년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보도 역시 ‘제재를 내렸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TV조선과 MBN미디어렙의 경우 최초 허가 때부터 지분 소유 제한을 위반했음에도 방통위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허가를 냈다는 점에서 방통위의 과실이 크다.

▲ 방통위의 브리핑자료. 방통위 과실에 대한 언급이 없고, 채널A와 MBN 미디어렙의 경우 2014년부터 지분 소유제한이 위반됐다는 점이 나와 있지 않다.
▲ 방통위의 브리핑자료. 방통위 과실에 대한 언급이 없고, 채널A와 MBN 미디어렙의 경우 2014년부터 지분 소유제한이 위반됐다는 점이 나와 있지 않다.

2014년 방통위는 종편 미디어렙 허가 심사를 했으나 당시에는 관련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사업자들과 방통위 모두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의 종편 특혜 기조와 맞물려 봐주기 심사를 했을 가능성에 관해 이 관계자는 “그랬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해당 주주들은 주요 주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편이나 종편 겸영 신문사 또는 이들의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불법적으로 늘린 게 아니라는 점에서 고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디어렙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을 경우 허가 취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방통위는 법률자문 등을 토대로 검토한 결과 이번 문제로 종편 미디어렙의 허가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렙 허가가 취소되려면 허가과정에서 거짓, 부정 등 고의성이 있는지에 대한 증거를 방통위가 입증해야 하지만 방통위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허가 당시 미디어렙사들이 정해진 양식에 따라 신청서를 제출한 점 등을 감안해 고의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또한 방통위는 2014년 허가 당시 벌어진 문제는 이미 허가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에 허가취소는 물론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통위가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행정처분 타이밍을 놓쳤다는 이야기다.

미디어렙 사업자들은 허가 당시 “추후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서약사항을 위반하였음이 밝혀질 경우 허가취소 등의 처분을 감소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약서는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 방통위는 “행정처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적 효력이 부족한 서약서만을 근거로 허가취소 등 행정처분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삼석 상임위원은 “서약서를 상징적인 선언으로 만들든, 아니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게 하든 개선방안을 사무처 차원에서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지분소유와 관련한 방통위의 허술한 종편 심사는 이 뿐이 아니다. 2014년 동아일보 및 특수관계자가 채널 A 주식 소유한도인 30%를 넘긴 상황에서 방통위는 이를 알지 못한채 재승인을 결정한 후 2017년이 돼서야 문제를 발견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