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에 대해 그동안 비판을 자제해온 더불어민주당의 판사 출신 수뇌부가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법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판결이자 판경유착” “이 판결은 가짜다” 등 거친 표현을 쓰면서도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의 이재용 판결 내용의 모순점을 꼼꼼히 지적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사법부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판결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경유착을 판단해 달랬더니, 정경유착은 판단하지 않고 판경유착이 되어버렸다고 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사실 말이 잘 안 나온다”며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서는 삼권분립 정신에 입각하여 최대한 비판을 아껴왔다. 그러나 궤변과 모순으로 가득 찬 판결문과 법 논리, 그리고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 결과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추 대표는 “이는 앞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유죄판결을 내린 다른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사건의 결론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수첩은 안종범 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마치 속기사처럼 받아써서 기록해 놓은 것으로, ‘박근혜 지시사항’이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안종범 본인의 생각이나 단상을 메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증거를 고의적으로 배척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단지 뇌물 공여 장소가 해외일 뿐,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판단한 재판부에 대해 추 대표는 “황당한 논리를 들이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안방에 금덩어리가 있어서 도둑이 남의 집 대문을 열고 안방까지 들어가서 금덩어리를 훔쳐 왔으면 주거침입도 별도로 성립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범죄의 수단이 별도의 실정법을 위반할 경우에는 당연히 범죄를 구성하는 것이고 처벌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갤러리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갤러리
추 대표는 “전문가로서 법적 상식마저 깨뜨린 황당한 논리의 재판이 ‘신 판경유착’이 아니면 무엇이겠나”라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모범판결을 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사법부가 무참하게 짓밟고 시대착오적인, 시대역행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마 이렇게 사법부가 노골적으로 황당한 궤변으로 특정 권력과 재벌의 편을 들고, 재벌에 굴복한 이 판결은 사법사상 최대의 오점으로 기록될 판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범계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이재용 판결, 이건 가짜”라고 선언했다.

박 의원은 “더 이상 널뛰기 판결, 취향판결을 용납할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 이것은 가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을 보면 한 사람의 재판장 취향에 따른 널뛰기 재판에 과연 주권자인 국민이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같은 사건을 두고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오로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석방시키기 위하여 짜 맞춘 법리구성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과 부정한 청탁을 부정하기 위해 안종범의 업무수첩과 김영한의 업무일지 등 여러 서류의 증거능력을 배제했고, 금융, 시장감독기구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각종 보고서조차 증거가치를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작성자들이 삼성 그룹의 승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정들을 추론하여 작성한 의견서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재산해외도피 무죄에 대해 박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 석방에 가장 걸림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형량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하면서 집행유예까지 가능해 진 것”이라며 “그리고 집행유예를 위해서는 작량감경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이재용 부회장은 뉘우침이나 반성도 없으니 소위 요구형 뇌물인 강요된 뇌물피해자라는 정말로 해괴망측한 논리를 재판부가 개발해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제 진정한 법원개혁을 해야 한다”며 “한 사람의 재판장에 국민과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진정한 법원개혁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국민 일반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전면적이고, 의무적인 국민참여재판의 도입을 제안했다.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사진=이치열 기자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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