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북한 선수 3명이 포함된 과정과 관련, 애초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5명의 북한 선수를 출전시키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밝혔다.

도 장관은 2일 아침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면서 IOC와 함께 국제아이스하키연맹도 북한의 경기 출전선수 5명과 단일팀 엔트리를 27명으로 늘려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것 모두 한반도에 생길 수 있는 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평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올림픽 정신에 기반한 제안이라고 도 장관은 평가했다. 이를 두고 김어준 진행자는 어떻게 이런 내용이 안 알려질 수가 있었느냐며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잘못된 프레임으로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도 장관은 이날 남북단일팀 논의가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거론된 이후 선수들에게 왜 사전에 묻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온 것과 관련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이며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답변 못드린 것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도 장관은 그러나 남북 단일팀 구성 배분과 관련해 북한 선수단 규모를 제안한 것은 IOC였다고 밝혔다. 그는 “IOC는 북한 선수 12명을 받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12명으로 북한의 선수단 규모를 요구한 게 아니라 IOC가 12명을 받으라고 한 것이냐’는 김어준 진행자의 질의에 도 장관은 “그렇다. 게임당 최소 5명 이상 출전하게 해야 한다가 IOC의 요구였다”며 “북한의 요구가 아니라 IOC의 요구였다”고 밝혔다. 도 장관은 “IOC가 그렇게 요구해서 우리는 그렇게 받을 수 있는지 선수들에게 물어봐야되겠다 해서 정회를 시켰다”며 “한국시각 밤 12시 가까운 시간에 협회에 전화해 전무이사, 아이스하키협회장과 통화했더니, 감독이 3명까지는 받을 수 있지만 5명은 너무 많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이치열 기자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이치열 기자
김어준 진행자는 이 말을 듣고 “그럼 (그동안) 잘못 알려져있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서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요청을 받아 3명까지 요구했고, IOC는 5명을 받으라고 한 것이네요”라고 말했다. 그는 “IOC가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있고 한데 올림픽을 위해 긴장 완화되는 게 중요하고, 그게 올림픽의 역할이니까 그런 정도의 효과를 내려면 당연히 (북한 선수단) 숫자도 생색만 내는 게 아니라 많이 출전해야 그런 거 아니냐는 것이냐”고 질의했다. 도종환 장관은 “IOC가 그것도 아주 강하게 요구했다”고 답했다.

김 진행자가 “어떻게 그게 안 알려질 수 있나, 문체부가 홍보를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도 장관은 “예 홍보를 못했다”고 답했다.

도 장관은 이어 “국제 아이스하키연맹에서는 르네 파질 회장이 선수를 희생시키기 어려운 국내 사정이 있다면 북한 선수 5명을 더 포함해 27명의 게임 엔트리를 주겠다는 것이 공식 결정이라고 했다”며 “다른 나라는 22명이 뛰고 우리는 27명이 뛰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냐. 다른 나라가 하겠냐, 일본이나 스위스가 동의하겠느냐’고 했더니 이미 동의 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도 장관은 “우리는 27명이 뛰게 해주겠다는 IIHF(국제아이스하기연맹)의 요구에 대해 받을 지 고민하다 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일본과 경기해서 이겼을 때 일본 네티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아니겠느냐. 이기면 비겁하다고 할테고 지면 더 창피하다. 차라리 깨끗하게 22명이 뛰는 게 낫겠다 생각해서 이건 안 받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도 장관은 “최소 5명 이상 출전시켜야 한다는 IOC의 요구와 우리는 3명 이상 받을 수 없다는 우리 감독의 요구 사이에서 계속 정회를 거듭하니까 중재안이 나온 게 4명이었다”며 “난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단일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 의견을 지켜줘야 한다. 우리 선수, 감독 입장을 지켜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버텼다. 나중에 우리 안을 받아주면서 최종 결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진행자는 “보수 정당, 보수 매체가 욕 먹어야 한다. 국제아이스하키 협회에서는 그 정도 의미가 있는데 왜 반대하냐”며 “불공정 프레임에 갇혀서 언론도 안 도와준거네요. 망할. 진짜 나쁘네요”라고 평가했다. 김 진행자는 “선수 피해가 있는 게 아니라 거꾸로”라며 “이게 제대로 안 알려진 것은 직무유기다. 왜 이제 알려지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 내막이 이렇게 안 알려졌다는건 말도 안된다”며 “문체부 바보. 언론도 정말 나쁘다. 이 스토리는 그 자체로 사람들한테 감동적인 면이 있다. 국제사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렇게 노력해 준다는 것이 안 알려지고 그냥 선수들 시간 뺏어서, 불공정 하지도 않은 포털의 댓글부대 진짜 잡아야되겠다”고 주장했다.

북한 선수가 3명이 뛰게 되면 우리 선수 3명이 완전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도종환 장관은 “우리도 이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선수 선발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맡긴다는 것이 IOC의 결정 중 하나이다. 다섯 번 경기하는데 4번 뛰는 경우가 생기거나 30분 뛰는 선수가 25분 뛰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완전 배제라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장관은 IOC가 이 같은 자세를 견지한 이유에 대해 “한 달 전만 해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었고 북이 계속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한미군사합동훈련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이런 우려 때문에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선수들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위기가 높아졌던 상황에서 이것(북한 참가와 남북단일팀)이 평화올림픽으로 안전한 올림픽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올림픽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특히 남북이 저렇게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면 본래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가 실현되는 올림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진행자는 “그렇게까지 결정한 사안을 보수에서 불공정 프레임인데 출전 시간이 줄어든다드니 작디 작은 프레임으로 뒤엎어 버린 것”이라며 “언론도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이고, 문체부 바보 플러스 포털에서 이런 여론이 전체인 것처럼 뒤엎어 버린 것도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도종환 장관이 지난 1월20일(현지시각) 남북단일팀 구성 당시 인터뷰에서 IOC가 북한 선수 5명을 먼저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한겨레 등은 지난달 21일자 기사에서 ‘IOC가 먼저 “북 선수 5명 뛰게하자”…우리쪽 “3명만 받겠다”’ 등을 보도하기도 했다.

▲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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