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은 EBS가 교육방송공사로 전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편성철학의 부재와 제작여건의 어려움으로 교육원 시절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게 EBS 내부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또 5년 동안의 교육방송원장을 거쳐 교육방송공사 초대사장으로 임명된 박흥수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전반적으로 사원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청사 마련, 안정적 재원확보, 직원복지 향상 등 산적한 EBS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BS는 지난해 가을개편에서 시청률을 의식해 유명 연예인을 일부 프로그램에 등장시키는 등 제작비를 과다하게 집행하고 편성을 늘려 ‘공사 승격 과시용’이라는 비판을 샀다. 올해 들어서도 봄개편을 단행한지 두 달만에 일부 프로그램을 조정해 회사측의 편성정책과 철학의 부재를 드러냈다. 결국 이에 대한 책임은 ‘제작비 전면삭감’이라는 형태로 일선 제작자들에게 돌아갔다.

제작비 삭감과 함께 4년간 공채를 실시하지 않아 누적된 인력부족 때문에 현업 제작자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인당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한달 기준으로 보통 48시간이나 되고, PD들을 비롯해 기술직원들이 과로로 쓰러진 사실 등은 현업자들의 고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BS 라디오(FM 104.5MHz) 채널의 어학 전문채널 변신도 청취자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샀다. 지난 4월 EBS-FM이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 위주로 전면 개편된 데 대해 회사측은 “EBS 라디오를 경쟁력 있는 채널로 특성화시킬 필요성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외국어 전문채널’이 아닌 ‘영어교육 채널’에 가까운 데 대해 “EBS에 과연 채널 정체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EBS의 한 관계자는 “공사 전환 1주년이라지만 프로그램 제작여건, 직원복지 등 모든 측면에서 전혀 발전된 게 없다”며 “과연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EBS가 공사로 전환됐다는 변화를 감지할 시청자나 청취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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