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발표한 사상 초유의 언론사 세무조사 경과 공개와 탈루세액 규모는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기됐던 정부와 언론간의 물밑흥정이나 거래에 대한 우려를 당분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4년 실시된 언론사 세무조사가 아무런 결과발표 없이 권력과 언론간의 물밑거래로 귀결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세무조사 경과발표는 일단 대략적인 규모나 언론사·대주주 등의 탈루유형을 밝혀 이에 대한 후속조치가 언론과 세간의 주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국세청 발표 이후 언론계는 정부가 강경방침으로 전환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됐던 일부 언론사와 여권 고위인사들간의 물밑 접촉설이나 흥정설을 전면 부정하는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인데 이를 보는 시각은 대체로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정부가 언론사와의 타협 가능성을 배제하고 원칙대로 가기로 결정한 데에는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이미 일시적인 언론과의 타협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워 정부로서는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무조사를 강행한 명분이라도 얻기 위해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여전히 남아 있는 정부와 언론간의 유착 가능성인데 이는 20일 발표된 세무조사 결과공개 범위가 그동안 언론단체에서 주장하던 투명한 공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이의제기와 행정소송 등의 향후 과정에서 새로운 권언유착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변수로 남는 것은 언론과 일부 정부관료들의 태도다. 현재 일부 언론의 경우 현 정권임기가 1년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듯 끝까지 버티기로 일관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반면, 일부 정부관료중에는 언론과의 타협을 주장하는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번 세무조사 결과발표에는 국세청의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안정남 국세청장이 현정권에서 가지고 있는 정치적 위상이나 언론권력에 뒤지지 않는 국세청의 파워가 이번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는 것이다. 또 이번 국세청 발표에는 청와대나 문화관광부 국정홍보처 등 정부의 대공보라인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언론에 대해 그만큼 원칙적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 국세청이 전면에 나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이끌어왔다는 저간의 해석과도 일치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조사발표와 관련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으며 알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청와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번 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이 국세청장에게 다른 관계자를 거치지 않고 직보할 만큼 상당한 보안이 지켜졌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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