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전체를 불신하게 됐다. 외곽에 경찰이 배치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라 결의를 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심하게 보도했던 동아·조선·중앙의 구독을 끊자는 의견이 높았다.”
“파업기간 중에 방송을 보지 못하다가 나중에 문화방송의 ‘미디어 비평’에서 소개한 내용을 보고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인터넷에서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언론중재위 제소는 물론이고 법적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파업이 끝나고 지도부가 구속된 직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밝혔다. 파업이 마무리되면서 사용자와 정부를 규탄해온 것은 일반화된 일이지만 언론사에 대해 집단적인 거부의사가 나타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이 언론에 표현하는 분노는 몇가지 근거를 갖고 있다. 우선 언론은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파업이 불법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다.

현행 노동법은 단체교섭이 결렬될 경우 10일간의 냉각기간이 경과하면 파업이 가능하며 노조는 이 절차를 밟았다. 정부와 언론이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한 것은 지방노동위원회가 내린 교섭연장이라는 행정지도를 노조가 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치침의 남발로 인한 파업권 위축은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대한항공 사측이 노조의 교섭요구를 계속 거부해왔다는 것을 언론이 무시했다는 점이다. 노조는 4월 26일자 보도자료에서 ‘교섭을 위임받은 공공연맹의 교섭요구를 회사가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 직전인 지난 8일에도 사측의 ‘불성실 교섭’을 비판하면서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언론의 대답은 ‘가뭄에 웬 파업’뿐이었다.

대규모 파업 때면 으레 그랬던 것처럼 언론은 경제가 끝장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12일 증시에서 대한항공을 비롯한 파업사들의 주가는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물론 언론은 ‘파업이라는 악재가 이미 상당기간 예고됐던 노출재료라는 점’이라는 이유를 달아 보도했다. 이번 파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단선적으로 분석할 수 없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한 경제부 기자는 “현재 노조조직률도 낮은데다 5만여명도 참여하지 않는 현재의 파업이 경제를 절단낼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언론 호들갑 때문에 바이어들이 돌아갈 지경”이라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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