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개혁이 사회적인 화두로 등장한 이후 조선일보의 방송보도가 다소 감정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자 조선일보 방송·연예 면에는 방송 4사의 TV토론 프로그램이 생활과 밀접한 내용의 주제를 채택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양적·질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내용에 따라 가판의 제목은 <달라진 TV토론…”재미도 있네”>였다. 그러나 이 제목은 배달판에 가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배달판에서는 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제목은 기사 내용 가운데 시청률 면에서 KBS의 <심야토론>과 <시사난타 세상보기>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데 근거한 것으로 읽혀진다. 이에 대해 기사를 쓴 진성호 기자는 “제목이 바뀐 것은 편집부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진기자가 쓴 기사를 읽고 ‘기는 MBC’라는 제목을 뽑아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언론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조선일보가 제목을 바꿔가며 MBC를 겨냥한 데에는 9일 MBC가 <미디어비평>에서 안티조선 문제를 다룬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선일보의 불편한 심기는 19일자에도 이어진다. 앞의 기사와 마찬가지로 진기자에 의해 작성된 <왠지 9시뉴스에 ‘자극적’ 소재가 많더라…>는 시청률 전문조사기관인 AC닐슨코리아가 조사한 시청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서 진기자는 KBS·MBC 두 방송사의 9시뉴스 모두 시청률이 한창 좋았던 지난 95년 6월 한달 평균 시청률에 비교해 봤을 때 지난 한 주 동안의 평균 시청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소개한다. 진기자는 이러한 비교 이유에 대해 “IMF 때가 비록 시청률은 더 높았지만 김영삼 정권 중간시기와 비교하는 것이 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 관계자들은 한달 평균치 시청률과 한 주 평균치 시청률을 비교한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방송환경이 95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화된 현실에서 이를 대비한 것 자체가 무리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더구나 진기자는 시청률이 하락하자 방송 3사 뉴스가 센세이셔널한 소재를 앞세워 보도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본지가 지난 296호(6월 14일자) <말초신경 건드리는 방송뉴스 쏟아진다>에서 보도한 부분을 인용처도 밝히지 않은 채 두 단락이나 원문 그대로 인용했다.

이와 관련, 한 방송사 관계자는 “매체 사이의 비평이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합리적인 시각이 요구된다”며 “모처럼 조성된 신문-방송 사이의 매체비평 문화를 가꿔간다는 차원에서 기자와 언론사가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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