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6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양승태 법원행정처 ‘판사 동향’ 문건 작성”
국민일보 “삼지연관현악단 서울·강릉서 공연”
동아일보 “단속 채찍드는 정부 울며 감원하는 업주”
서울신문 “北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명 온다”
세계일보 “‘국민 눈높이’ 맞춰 재판 사법 불신의 벽 낮췄다”
조선일보 “강남을 때렸는데, 지방이 쓰러졌다”
중앙일보 “북 삼지연 관현악단 140명 온다”
한겨레 “다스 전 사장 ‘MB지시로 다스 설립’”
한국일보 “약물에 손댄 내 딸 20대 삶을 통째로 빼앗겼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한 예술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5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남북 실무접촉이 있었다. 북측 인사 중 차석대표로 있던 인물은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다. 언론의 관심은 현송월의 복장과 악세사리에 꽂혔다.

중앙일보는 “현송월의 일거수일투족은 남측에서 관심의 대상”이라며 “현송월도 이를 의식한 듯 차림새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상으론 무릎을 덮는 단정한 짙은 남색 치마 정장을 택했다”며 “인민군 대좌(대령)인 현송월은 평소 공개석상에선 군복 차림이지만 ‘회담 일꾼’으로 등장한 이날은 정장을 택했다”고 전했다.

또한 “화장에도 공을 들였다”며 “아이라인은 짙게 그리되 입술 화장은 옅은 핑크색으로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어깨선을 넘는 긴 머리는 반만 묶어 늘어뜨리고 앞머리는 오른쪽으로 빗어 넘긴 모습. 정장 재킷 앞섶엔 같은 재질의 꽃 장식과 함께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았다”고 덧붙였다.

▲ 16일자 세계일보 사진기사
▲ 16일자 세계일보 사진기사

그가 든 가방 소식도 놓치지 않았다. 이 신문은 “클러치 가방을 놓고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제품이 아니냐는 얘기도 인터넷에서 돌았다”며 “사실이라면 2500만원을 호가한다. 현송월은 2015년 친선 공연을 위해 방중했을 땐 군복 차림에 샤넬 퀄팅백을 들고 등장한 바 있다”고 했다.

명품 백에 대한 얘기는 중앙일보 뿐이 아니었다. 세계일보는 사진기사에서 “명품? 현 단장이(중략) 명품 브랜드로 보이는 녹색 클러치백을 들고 서 있다”며 가방에 표시까지 해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현송월 클러치백, 진품이라면 2500만원”이란 제목의 기사를 하나 따로 작성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의 옛 애인 중 한 명으로 알려진 현송월은 특히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 단장까지 겸해 우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며 “이 백(녹색 클러치 백)을 꼭 쥐고 온 현송월은 백에서 검은색 수첩을 꺼내 테이블에 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에르메스 측에 확인을 부탁했다.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특정 디자인으로 나와있는 제품 중 현 단장이 들고 나온 것과 같은 디자인이 없다. 영상을 돌려봤지만 우리 제품이 아니”라고 부인한 사실도 함께 전했다.

그럼에도 현 단장에 대한 명품백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신문은 “하지만 현송월은 과거 공연을 위해 중국을 찾았을 당시 역시 프랑스 명품인 샤넬 백을 들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어 에르메스는 아니더라도 다른 명품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대북제재에 대한 실효성 얘기로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일각에선 서방사회에서 대북 수출을 금지한 사치품목이 어떻게 북한에 들어갔는지를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은 핸드백 등 22개 항목의 대북 금수 사치품목을 정한 자체 대북제재안을 내놓은 바 있다.

세계일보 역시 현 단장 복장에 신경썼다. 이 신문은 “남색 계열 투피스를 입고 굽이 높은 검정색 하이힐을 신어 세련되면서도 단정한 차림새를 보였다”며 “목걸이나 귀걸이 등의 장신구는 하지 않았고, 긴 머리를 꽃무늬 장식이 들어간 화려한 집게 핀으로 묶어 포인트를 주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송월은 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자마자 끈이 없어 손에 쥘 수 있도록 디자인된 가방(클러치 백)에서 수첩을 꺼내기도 했다”며 “이 가장은 검정이나 갈색 등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색상이 아닌 녹색이었다”고 했다. 또한 “일부 종합편성채널은 명품 업체의 수천만원대 악어가죽 백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 16일자 동아일보 기사
▲ 16일자 동아일보 기사

그 외에도 다수 신문이 현 단장 가방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추정을 천편일률적으로 쏟아냈다.

“현 단장이 녹색 악어가죽 핸드백(중략)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제품이라는 주장도 나왔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일보)

“자리에 앉자마자 녹색 클러치백에서 수첩을 꺼냈는데, 2500만원을 호가하는 해외 명품 H브랜드의 악어가죽 백이라는 추측” (서울신문)
“클러치백에서 검정색 수첩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초록색의 가죽 소재로 보이는 클러치백은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상품으로 추정됐다.”(한국일보)
“현송월이 든 핸드백에 대해선 ‘2500만원짜리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제품’이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해당 업체는 ‘우리 제품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조선일보)

여성으로서의 외모·매력 등을 평가하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부각하는 북한 여성 관련 보도문법은 현 단장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과거 북한 응원단을 ‘미녀응원단’이라고 부르며 한편으로는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존재라고 경계했던 것과 비슷하다.

동아일보는 ‘횡설수설’이란 칼럼에서 “현송월”이라는 제목으로 현 단장을 둘러싼 루머들을 종합했다. “현송월은 아주 유명한 팝가수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그녀가 대표적인 프로파간다 관료임을 뜻한다.”는 미국 뉴스위크의 보도를 인용하며 “그가 당 핵심 보직을 거머쥔 것은 김정은의 각별한 신뢰를 입증한다”고 했다.

이어 각종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다시 관심을 끈 건 2012년 김정은이 관람한 공연에 만삭의 몸으로 노래하면서부터. 이로 인해 음란영화 촬영설, 총살설, 김정은 애인설 등 루머가 떠돌았다”고 했다. 2015년 샤넬 백을 들었던 모습과 지난 15일 남색 정장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엷은 미소를 띤 사실까지 언급했다.

이 신문은 “모란봉은 그냥 악단이 아니”라며 “노동신문은 그 위상을 ‘우리 당 사상문화 전선의 제1기수, 제1나팔수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예술의 위력은 천만자루의 총이나 수천 톤의 쌀로도 대신할수 없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북 ‘미녀응원단’에 과열 반응을 보였듯이 북한 국가대표 걸그룹 앞에서 한국 사회가 스스로 무장해제한다면? 앞으로 현 단장의 승승장구는 떼 놓은 당상일 터”라고 덧붙였다. 북한 체제에 대한 공포감으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 16일자 동아일보 횡설수설
▲ 16일자 동아일보 횡설수설

동아일보는 사설 “北, 평창 스포츠 제전을 체제선전장 삼지 말라”에서 주장을 이어갔다. 이 신문은 “남북이 북 예술단 공연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며 “북한 예술단은 현송월이 이끄는 모란봉악단이 2015년 베이징에서 공연을 하려다 노골적인 체제 선전 내용이 문제 되자 공연을 전격 취소한 사례에서 보듯 철저히 체제 홍보의 도구”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5년간 공연 내역을 보면 김정은 취임 3돌 축하공연 등 체제 찬양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삼지연 관현악단이 모란봉 악단처럼 미사일 개발을 대놓고 칭송한 기록은 보이지 않지만 북핵 도발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남측의 수도와 올림픽 개최 장소가 북한 체제 선전장으로 돌변하지 않도록 정부는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어제 예술단 회담이 스포츠 회담보다 먼저 열린 것은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라며 “이렇게 흘러간다면 북한은 올림픽 참가를 철저히 체제 선전의 장으로만 이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오는 17일 논의할 예정이지만 북한이 탈북 종업원들의 북송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고 아직 전체 방문단 방남 수단 등이 논의되지 못했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한 지적이다.

조선일보 역시 “北 왕조 선전장 만들어주려 2전 3기 올림픽 유치했나”란 사설을 통해 비슷한 내용을 지적한 뒤 “북은 한반도기를 드는 기간 중에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고 우리 군함을 격침시켜 병사들을 떼죽음시켰다. 무엇을 위한 한반도기인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북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 목적을 위해서”라며 “‘이러려고 올림픽을 유치했느냐’는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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