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 현장 노동자들에게 없는 것…‘휴게·휴일·휴가’
한국공항 현장 노동자들에게 없는 것…‘휴게·휴일·휴가’
[한국공항 과로사 논란 ②] 현장 직원들 “연차·휴가가 뭐예요?”… 과다한 업무량에 “기저귀 차고 다니자” 자조도

한국공항 과로사 논란이 거세게 제기되는 배경엔 사망자의 동료직원들이 있다. 그동안 쌓여 온 격무에 대한 불만이 고 이기하씨(49) 돌연사를 계기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대한항공 지상조업 현장은 적어도 1년 전부터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쳐”왔다. 회사는 요구를 묵살했고 “결국 동료의 과로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한국공항 현장 노동자들에겐 ‘휴게·휴일·휴가’가 없었다. 작업 중 휴식 시간을 내기 힘들 정도로 업무량이 과다하다. 일년에 사용하는 연차는 0~2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박3일 휴가는 적어도 10일 이상 연속 근무를 해야 가능하다. 휴무날 동료 직원 대신 출근해 휴일을 얻는 게 관행이 됐기 때문이다.

모두 부족한 인력 때문에 심화되는 문제다.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니 하루치 업무량, 일주일치 업무량, 일년치 업무량이 적정 선에서 분배되지 않고 있다. 이는 이씨가 속했던 ‘램프여객부’만이 아니라 화물·급유·케터링(기내식) 등 전 조업 부서의 일이다. 10년 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회사 규탄 집회가 단번에 열린 이유는 전 부서 직원들이 이씨의 사망에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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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한 대가 뜨고 내리려면 수많은 노동자들의 손길을 거친다. 이 중 하나인 항공기 지상조업은 크게 7가지로 구분된다. ‘화물 조업부서’가 작업한 화물·수하물 적재대는 항공기에 바로 실릴 수 있게 램프(계류장)로 운반된다. ‘램프여객부서’는 들어오는 비행기를 게이트까지 유도해온 뒤 운반된 화물·수하물을 기체에 싣는다. 램프여객에서 컨베이어·카고로더 등 장비를 안정적으로 설치해 작업을 시작하면 ‘케터링(기내식) 부서’가 푸드카를 ‘갤리(부엌) 도어’에 붙여 기내식 카트를 교체한다.

‘급유 부서’는 다른 부서가 모두 안정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후에 급유차를 비행기 근처에 붙여 급유를 시작한다. 동시에 비행기 꼬리 부분에서는 ‘트래시카(청소차)’가 붙어 청소노동자들이 모아 놓은 쓰레기를 한꺼번에 수거해간다. ‘항공기 지원 부서’는 청소·급수·화장실 관리 등을 맡는다. ‘항공기 정비 부서’는 들어오고 나가는 기체 점검을 맡는다. 짧게는 몇 십분, 길게는 한 시간 동안 적어도 5대의 대형차량이 비행기에 붙어 작업을 끝낸다.

램프여객 20년차 “24시간 연장 근무할 때 있어”

안개 때문에 무더기 결항사태가 빚어진 2017년 12월23일, 한 램프여객 조업자는 24시간 가량 인천공항에 있었다. 새벽 5시30분에 출근한 조가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음 날 새벽 5시에 퇴근했다. 이날 새벽 1시 퇴근한 한 조업자가 새벽 5시에 다시 출근하는 일도 있었다. 수면시간이 2~3시간 가량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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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 탈의실엔 쪽잠을 위한 매트, 이불 등이 마련돼 있다. 수면시간이 충분히 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직원들이 자체 마련한 것들이다.

과다한 연장근로, 부족한 수면시간은 램프여객부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다. 고 이기하씨의 2017년 10월 출퇴근 기록을 보면 10월 첫째주엔 연장근로시간이 6시간, 둘째주엔 11시간14분, 셋째주엔 14시간44분, 넷째주엔 11시간 57분 등으로 총 43시간56분이 연장근로시간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월25일엔 새벽 5시29분에 출근해 밤 9시3분에 퇴근하기도 했다. 15시간34분 동안 ‘수하물 상하차’ 작업을 한 셈이다.

하루 일정은 매우 촘촘하다. 매 작업 사이마다 5~10분 간의 휴식시간도 잘 나지 않는다. “6:43→7:22(지원)→10:54(이륙)→11:19→11:20(이륙)→12:43(이륙)→13:32(지원)→14:49(지원)→15:01→16:04(이륙)→16:10(지원)→18:20→20:22(이륙)→21:35(이륙).” 지난해 12월 항공기 14대를 맡은 한 직원의 근무일정표다. 20년차 조업노동자 이명성씨(가명)는 “작업 시작과 끝을 다 데이터로 보는 데스크에서 가만히 쉬게 놔두지 않는다”면서 “한 대를 빨리 끝내면 다른 비행기 지원을 가게 한다. 담배 필 시간도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2017년 12월13일 출근 직후 사망한 한국공항 직원 고 이기하씨의 12월6일 근무표.
▲ 2017년 12월13일 출근 직후 사망한 한국공항 직원 고 이기하씨의 12월6일 근무표.

무거운 짐을 운반하기에 노동강도는 높은 편이다. 이씨는 “여름엔 작업복에 소금기가 하얗게 서린다”고 말했다.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여름엔 작업을 시작한지 5분 만에 온 작업복이 땀에 젖는다. 화물량이 많을 땐 겨울에도 “작업복이 땀에 젖고 김이 모락모락날 정도”다.

이 때문에 야근과 새벽출근이 겹쳐 2~3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출근할 땐 피로감이 “말로 다 할 수 없다.” 출근시간은 새벽 4시부터 밤까지 30분~1시간 간격으로 있다. 공항에 수면실이 있으나 공항 내 전 직원이 이용하는 곳이라 자리를 잡지 못할 때가 많다. 급할 땐 탈의실에서 매트를 깔고 눈을 붙인다. 한국공항 탈의실엔 쪽잠을 위한 매트, 이불 등이 놓여있다.

이씨는 2017년 연차 25일 중 2일을 사용했다. 이들은 한 달에 7~8일 휴일을 얻지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휴무에도 일을 나갈 때가 많다. 사고, 경조사 등으로 직원 한 명이 빠지게 되면 휴무자가 대체인력으로 투입된다. 부족한 인력이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연차가 소진될 여유가 없다.

“휴가요? 꿈에도 못꿔요.” 이씨는 2017년 두 번의 명절과 여름에 휴가를 가지 못했다. 램프여객 부서는 3일 이상 쉬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4일 동안 쉬려면 이들은 12일을 연속 근무해야 한다. 휴무기간 2일 동안 근무를 나와 휴일을 만든 뒤, 기존 휴무 2일과 합쳐 4일을 쉬는 식이다.

▲ 수하물 탑재·하역 작업 모습.
▲ 수하물 탑재·하역 작업 모습.

급유 13년차 “10년 새 물량만 두 배로 폭증”

연차를 제대로 못 쓰는 건 급유부서도 마찬가지다. 13년차 직원 손우정씨(가명)가 지난해 쓴 연차는 하루다. 손씨는 지난 7~8년 간 내리 이 수준으로 휴가를 냈다. 손씨는 일하는 동안 ‘개인 사정으로는 연차를 쓰지 말라’는 지시를 자주 들어 경조사가 생기거나 진단서를 끊을 정도로 아프지 않은 경우 휴가를 내지 않는다.

무엇보다 휴무에 자주 “공항에 불려나가” 연차를 소진하기 전에 대체휴가가 많이 발생한다. 손씨는 “지난 달에도 4일 쉬었다”고 말했다. 나머지 4일은 부족한 인력을 메꿔주기 위해 근무를 나갔다. 급유는 1인 체제로 운영되기에 한 명이 급유차를 몰지 않으면 “업무 자체가 펑크가 난다”.

급유부서도 램프여객 만큼 하루 일정이 빡빡하게 돌아간다. 한 명이 하루 동안 담당하는 항공기 수는 13~14대 수준이다. 한 항공기를 마쳐도 화장실 갈 시간이 여유있게 나지 않아 “기저귀 차고 나가야 하는거 아니냐”는 농담이 공공연히 나온다. 작업을 마치자마자 모바일앱 등으로 이동 지시가 내려오기에 지시에 맞춰 움직인다.

▲ 급유차 작업 모습.
▲ 급유차 작업 모습.

“식사 시간을 제대로 못 맞추는 것” “똥오줌 못 가릴 정도로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장.” 손씨가 지적한 고충이다. 손씨는 며칠 전 새벽 5시 출근해서 오전 11시40분까지 간식 먹을 시간 없이 일했다. 비행기가 예정시간과 달리 착륙하면 밥 먹을시간을 놓칠 때가 많다. 손씨는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생체리듬이란 게 있는데…”라고 말했다.

업무가 과다해진 요인으로 손씨는 부족한 직원 수를 지적했다. 손씨는 2007년엔 하루 동안 비행기 7대를 작업했지만 지금은 13~14대를 취급한다. 손씨는 “퇴직·퇴사 등으로 직원 수는 줄었는데 7년 동안 물량은 두 배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 때문에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항공기 주변의 노동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급한 마음으로 움직이기에 지침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가 생긴다는 것이다. 손씨는 “사고 위험이 큰 급유는 정비사에게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받고 시작해야 한다”며 “너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그 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그냥 들어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 화물 부서 18년차 “휴식시간 좀… 아오지탄광보다 힘들어”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부서는 수출 화물을 맡는 화물조업 부서다. 화물기는 보통 밤 10시 경부터 뜬다. 이를 담당하는 수출조는 오후 1시에 출근해 밤 8~9시까지 적재 작업을 한다. 세 명이 100톤 가량의 화물을 화물기에 바로 적재가 가능하게끔 ‘빠레트(적재대)’에 싣는다. ‘125×96(inch)’크기 빠레트 30~40개가 들어간다. 적재 화물 높이는 3m 정도다. 지게차가 운반하지 못하는 짐은 직접 옮길 수밖에 없고 수작업을 요하는 화물이 적지 않아 노동강도가 센 편이다.

▲ 2017년 11월
▲ 2017년 10월 수출 화물 조업을 맡은 한국공항 직원의 급여명세서. 휴일 근로를 포함한 연장시간이 154시간 54분으로 기재돼있다. 

수출부서에서 10년 넘게 일한 18년차 직원 김희원씨(가명)는 지난해 20개가 넘는 연차를 모두 수당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진단서를 끊을 정도가 아니면 연차를 쓰지 않는 분위기”라며 “화물 쪽도 연차를 아예 못 쓰거나 1~2일 쓴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 말했다. 이들도 인력 부족에 시달려 휴무에 대체인력으로 투입되는 일이 잦다. 김씨는 “현장에선 적어도 30명은 더 뽑아야 한다고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10여 년 수출 화물을 다루는 동안 3일 이상 쉬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명절, 여름휴가 기간은 성수기라 공항직원들은 더 바빠진다. 김씨는 연휴 기간이 아니어도 휴일을 쉽게 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3박4일 가족여행’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5~6시 저녁식사 시간이 “유일한 휴게시간”이다. 이들은 예정 작업 완료 시간보다 늦게 마치면 비행기 이륙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휴식시간을 따로 내지 않고 강도높게 일한다. 문제는 여기에 3~4시간 연장 근로가 추가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오후 1시 출근한 작업조가 새벽 1~2시 경 퇴근하는 식이다. 김씨는 “10시에 라면 하나 먹고 30분 쉬고 나면 연장이 붙을 때가 많다”며 “대부분 내일 비행기 화물 작업을 처리하라는 지시다. 1박2일 일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케터링 부서 7년차 “연차는 100% 남는다”

기내식, 내부 장비, 면세품 카트 교체 작업을 맡는 케터링 부서는 연장근로 시간은 적은 편이지만 ‘연차 사용 1개’ 직원이 적지 않은 실정은 다른 부서와 같다.

7여 년간 케터링부서에서 일한 박상원씨(가명)는 지난해 연차 휴가 하루를 썼다. 한 달에 3~5번씩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탓이다. 박씨의 근무표를 보면 2017년 8월에 5일, 10월엔 5일, 6월엔 4일을 쉬었다.

▲ 푸드카가 '갤리 도어'에 접현한 모습. 기내식 카트 등을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 푸드카가 '갤리 도어'에 접현한 모습. 기내식 카트 등을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네 개 그룹으로 나뉘어진 케터링 팀은 한 그룹 당 3일 동안 일하고 하루를 쉬는 체제로 돌아간다. 즉 박씨가 쉬는 날 일을 하게 되면 7일, 11일 등의 기간 동안 휴일 없이 연속 근무를 하게 되는 식이다. 한 그룹 당 절반 정도가 매 휴무에 출근했다. 2017년 8월 근무 기록을 보면 24명 중 12명, 10명, 11명 순으로 휴무에 지원 근무를 나왔다.

박씨는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비행기 편수는 늘리면서 인력·장비는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과 계약한 외국항공사들의 케터링만 전담한다. 대한항공 비행기 케터링 업무는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즉 대한항공의 2차 하청업체가 맡고 있다. 그런데 6여 년 전 이 업체가 항공기 사고를 내면서 한국공항 케터링 부서가 대한한공 케터링 업무까지 맡았다. 박씨는 이때부터 노동강도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케터링 팀도 야간 근무와 새벽 출근이 겹칠 때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박씨는 “며칠 전 밤 10시30분에 퇴근했다. 그럼 11시40분 쯤 귀가한다. 씻고 누우면 12시30분 정도는 된다. 다음날 6시 출근이면 적어도 5시30분까진 공항에 나가야 하니 새벽 4시30분엔 출발해야 한다. 이날 새벽3시50분에 기상했다. 3시간 정도 자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력·장비 부족은 노동강도 심화로 이어졌다. “푸드카 안은 전쟁터가 된다”는게 박씨 표현이다. 한 푸드카 당 한 항공기의 카트만 싣고 다녀야 하지만 인력과 차량이 부족해 보통 3~4대의 카트를 같이 싣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계약한 외항사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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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dsun 2018-01-06 21:22:52
한진.. 그동안 대기업이라는 타이틀로
직원들 공짜로 부려 먹은거.. 다 돌려 주세요!!

안전조업 2018-01-05 23:10:18
한국공항에서 5년동안 일하다가 작년에 퇴사한 사람입니다. 퇴사 직전에도 이런문제가 있었는데 퇴사후 소식을 들어보니 더욱더 심화되어서 결국은 터질게 터진겁니다. 저도 이런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대로 계속 일하다간 좀비가 될거같아 다른기회가 있을때 미련없이 과감하게 퇴사를 하였구요. 심지어 저랑 저 이후에 나간 직원 자리에 신규채용도 안하고 제가쓰던 캐비넷에 제 이름이 그대로 붙어있을정도입니다. 원청의 근무환경이 이정도인데 하청 협력업체는 말할것도 없지요. 비록 저는 떠났지만 이번투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