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vN 드라마 ‘화유기’ 제작 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제작 현장 추락 사고가 있었지만 ‘화유기’ 촬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화유기는 지난해 12월30일과 31일 방송 예정이었던 3·4회 방송을 기약 없이 미룬 상태다.

지난해 12월23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화유기 세트장에서 천장에 조명을 달던 MBC아트 소속 스태프가 추락했다. 그는 허리뼈와 골반뼈 등이 골절돼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tvN 드라마 ’화유기‘ 제작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 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tvN 드라마 ’화유기‘ 제작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 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사고 당시 목격자인 MBC아트 소속 이아무개씨는 ‘화유기’ 촬영을 도울 목적으로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8시부터 시작해 새벽 1시까지 (촬영)하고 정리를 다 끝낸 뒤 아르바이트생 2명과 움직였다”며 “그런데 화유기 미술감독이 샹들리에 설치를 요구해 을의 상황이라 다시 작업 준비를 하러 세트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사다리에 올라가서 샹들리에를 달려고 했고, 사고 스태프는 당시 천장에 올라가 전선 작업을 했다”며 “이후 천장이 무너졌고 그분(사고 스태프)이 V자 형태로 떨어져 의식을 1~2분 잃었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28일 화유기 세트장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언론노조는 현장조사 직후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관계자들을 만나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조사와 엄벌, 작업 중지 명령과 안전 진단 실시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요청으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도 세트장을 네 차례 찾아 현장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MBC아트 관계자들은 제작사 제작비 절감에 따른 열악한 노동 환경과 갑을 관계 속 부당한 지시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며 지난해 12월28일 화유기 제작사인 JS픽쳐스 법인, 대표, 미술감독을 업무상 과실치상, 공갈,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안성경찰서는 지난 3일 사건 현장에 있던 목격자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언론노조는 현재 화유기 촬영을 강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첫 대책이 PD 인력 보강이었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고 밝히며 유감을 표명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현장 상황 일부는 개선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적정 인력 확보, 휴식 시간 보장, 안전 사항 준수 등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 tvN 드라마 화유기
▲ tvN 드라마 화유기

tvN 드라마 ‘혼술남녀’ 제작진이었던 고 이한빛 PD 동생 이한솔씨도 이날 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처음 화유기 소식을 들었을 때 소름이 끼쳤다”며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구조가 바뀌면 제작 문화가 바뀔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족 측과 CJ E&M은 방송 인권 개선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CJ E&M 측이) 우리와 약속했던 당시 말에 책임을 지고 구체적으로 시행안을 마련해 현장의 문화와 시스템이 바뀌길 간절히 요구한다”며 “이후 CJ E&M과 이행 점검을 할 텐데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노조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바꿔야 한다며 요구 사항들을 발표했다. 요구 사항은 △정부가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할 것 △드라마 제작 현장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도록 할 것 △CJ E&M이 처우 개선 등의 이행 계획을 내놓을 것 △화재·전기 공사 등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추가 쟁점 관련 조사와 안전 대책을 강구할 것 △문체부·방통위 등이 드라마 제작 관행 개선에 힘쓸 것 △CJ E&M, JS픽쳐스, MBC아트가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 등 6가지다.

언론노조는 고 이한빛 PD 유족을 중심으로 준비 중인 사단법인 ‘한빛’과 함께 ‘한빛방송노동인권센터’를 2월 중으로 설립해 방송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에 대응할 방침이다.

또한 언론노조는 4일 JS픽쳐스, MBC아트 등을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평택지청에 고발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달 중에는 CJ E&M과 면담을 통해 구체적인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안전과 노동 인권 보장하기 위한 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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