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이 지역구인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을 무리하게 들어가려 했다는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소방 관계자 등이 감식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권 의원이 화재 현장을 육안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로 경찰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왔다가 국과수 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 의원은 경찰 고위 간부에게 전화해 항의하는가 하면, 사진까지 촬영한 것으로 확인돼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내세워 갑질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권 의원 측은 현장 관계자들의 안내 하에 출입과 촬영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재난 현장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언행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오마이뉴스와 뉴스1 등 보도에 따르면 권 의원은 이날 오후 3시께 불이 난 제천 스포츠센터를 방문했다. 권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화재가 일어난 건물 안을 봐야겠다”며 경찰 통제구역 안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현장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출입을 막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 훼손 등 우려로 유족들에게도 현장 출입을 일절 통제한 곳이다.

▲ 지난 24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함께 제천 화재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권석창 의원(왼쪽)이 유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권석창 의원 페이스북
지난 24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함께 제천 화재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권석창 의원(왼쪽)이 유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권석창 의원 페이스북
이 같은 경찰의 제지에 권 의원은 “의원이 현안 파악을 위해 들어가려 하는데 왜 현장을 못 보게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고, 이후 경찰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 대응과 관련해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현장 지휘관들은 권 의원에게 안전모와 복장을 제공하며 현장 출입을 허용했고, 권 의원은 20~30분간 건물을 둘러보면서 사진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권 의원의 출입을 제지하는 과정을 지켜본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날 국과수 현장 감식은 권 의원이 다녀간 후에도 계속 진행 중이었다”며 “취재 기자들도 통제라인 안으로 한 발짝도 못 들어가게 했고 사진 찍는 것 역시 심하게 통제했는데, 권 의원은 현장에서 자신이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진상 파악을 하려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고 따졌다”고 전했다.

권 의원 측은 국과수 직원과 현장에서 마찰이 있었다는 것은 맞지만 경찰이 못 들어가게 막아서 화를 냈다거나, 고위 간부에게 전화한 후에 현장 안내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날 권 의원과 화재 현장에 동행한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권 의원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물 내부를 본다고 해서 의경은 들여보내 줬는데 한 국과수 직원이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하면서 너무 무례하게 굴었다”며 “다른 국과수 직원이 옷을 주며 안내를 해줬고, 경찰 간부에게는 이후 전화해서 국과수 직원의 무례한 대응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권 의원은 의경의 안내를 받고 건물 안까지 들어와 현장감식반과 약 5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건물 내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천정에서 플라스틱 구조물이 떨어졌고, 권 의원이 감식반에게 ‘천정에서 떨어진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국과수 직원이 안전 장구 등을 착용하지 않고 들어온 권 의원을 보고 강하게 제지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향후 진상조사 위원회 등을 대비해 당 지도부와 원내 회의에 보고하려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간 것”이라며 “지역 의원이 지역 유족들을 위해 억울한 점이나 문제점이 있다면 국회에 가서 따지고 진실이 뭔지 알아야 하므로 현장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측이 현장 사진 촬영을 금지한 곳에서 사진까지 찍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과수 직원 입회하에 건물 출입구와 계단, 비상구 등 사진을 몇 장 찍은 건 맞다”면서도 “공개하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수사가 끝난 후 비상구 등 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하기 위한 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 의원의 행동에 대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통 소관위원회나 당 지도부가 좀 역량을 몰아서 방문하고 최대한 화재 뒤처리가 끝난 후 국민 정서에 폐를 안 끼치게 노력하는데 권 의원이 너무 현장이나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 정치인 중심으로 사고한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특히 기관 자체가 수습에 여념 없을 때 기관보고도 조심스럽게 받고 여야 중진들이 재난 현장에 방문할 때도 국회의원 기능을 일부 후퇴하더라도 의전보다 현장 정서를 존중하는 편”이라며 “현장 감식 도중 들어간 점이나 유가족들도 사진 촬영을 안 했는데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국민 정서상으로도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의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은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며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현장 감식이 진행 중인데 통제구역 안에 경찰 제지를 듣지 않고 강제 진입해 사진까지 찍다니, 이를 허용한 경찰 간부 신원을 밝히고 감찰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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