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를 망쳐온 지 몇 년째입니까?”

“만 33년…”

“국정원에 200만 원 받고 KBS 팔았잖아요? 금액에는 만족하세요?”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잘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BS 강승화 아나운서가 고대영 사장과 마주 앉았다. “사퇴하세요!”라는 강 아나운서의 말에 고대영 사장이 “나름 준비는 하고 있다”고 답한다.

지난달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고대영 사장의 발언을 강 아나운서와의 대화 형식으로 편집한 영상 ‘적폐와의 대화’ 일부 내용이다.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 전술영상센터가 제작한 이 영상에서 강 아나운서가 호통치고, 고 사장이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오자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총파업 102일차인 14일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새노조 조합원총회는 예정된 승리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흘 째 이어지고 있는 ‘릴레이 발언’에 참석하거나 발언을 앞둔 인원을 제외하고도 300명 넘는 새노조 조합원들이 민주광장을 채웠다. 

▲ 김준범 KBS 새노조 대외협력국장이 14일 조합원총회에서 '고대영 사장 해임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김준범 KBS 새노조 대외협력국장이 14일 조합원총회에서 '고대영 사장 해임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법무법인 준범의 팩트체크-고대영에게 남은 시간은?’ 순서를 마련한 김준범 대외협력국장은 강규형 이사 해임 이후 ‘보궐이사 선임→이사장 교체→해임’ 3단계를 거쳐 이르면 1월 24일 고대영 사장 해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강규형 이사에게 11일 해임건의를 사전 통보했다. 26일 이후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이 의결되면 대통령에게 결정권이 돌아간다. 구여권과 구야권 이사가 6대5인 지금 강규형 이사가 해임되면 5대5로 바뀌고, 보궐이사를 선임할 경우 5대6으로 역전될 수 있다. 방송법에 따라 이인호 이사장을 새로운 이사장으로 교체한 뒤 KBS 사장 해임안을 상정하면 고 사장이 해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2014년 길환영 사장 해임 사례에 비춰볼 때 “해임안 제출부터 최종 해임까지 22일, 해임안 상정으로부터는 2주가 채 안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늦어도 1월17일에 해임안 제출 및 상정이 이뤄진다면 24일에는 충분히 의결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언론노조 KBS본부장)이 14일 KBS민주광장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언론노조 KBS본부장)이 14일 KBS민주광장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KBS 김태규·이광용 아나운서가 구호에 맞춰 북을 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KBS 김태규·이광용 아나운서가 구호에 맞춰 북을 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고대영 사장 해임이 가시화되는 지금 새노조는 그간의 파업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투쟁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성재호 새노조 위원장(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날 “지금 이 파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까지 싸워갈 것인가를 이제 우리 스스로 고민해도 된다. 길은 열려 있고 승리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여러 사정들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새노조 관계자는 총파업 100일(12일)을 기점으로 조합원들이 구역별 토론을 통해 향후 투쟁과 더불어 복귀 후 KBS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토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15일 중앙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주 구체적인 파업 계획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부터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광화문 릴레이발언은 15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준범 대외협력국장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한 ‘이어 말하기’는 민주당 192시간(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야당 필리버스터)이다. 우리는 내일이면 240시간, 연인원으로 600명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 사회를 맡은 박노원 아나운서는 “MBC는 한 달도 안 돼서 급속도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우리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 14일 KBS 새노조 총파업 102일차 집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박노원 아나운서 뒤로 새노조 조합원들이 보인다.  사진=노지민 기자
▲ 14일 KBS 새노조 총파업 102일차 집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박노원 아나운서 뒤로 새노조 조합원들이 보인다. 사진=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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