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거듭될수록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활용해 스스로 실생활 미세먼지 정보를 알아보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미세먼지 측정 장소가 일상 공간과 멀리 떨어져 있고, 당국의 발표치가 실시간 자료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강동구에 사는 회사원 신아무개씨의 하루 일과는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켜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집을 나서서, 지하철역에서, 사무실에서 한 번씩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한다. 중국산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7만원에 구매해 사용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신씨는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실시간으로 수치를 체크하고 싶기도 했고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주변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어느 날은 사무실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한 후 측정값을 사장님께 보여드리며 “오늘은 창문을 닫으셔야 한다”고 말했던 적도 있다. 그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으로 국내 업체의 휴대용 측정기를 두 개 더 샀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성은씨는 매일 아침 통학길 지하철로 한강을 건널 때 보이는 뿌연 도시 풍경에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이씨는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씨는 “거의 매일 갖고 다니면서 측정해봤다”며 “그러다보니 지하철이 들어올 때 불어오는 바람보다 열차 내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다는 내용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휴대용 측정기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곳은 서울시 산하의 서울디지털재단이다. 재단은 지난 10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시민 메이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육 대상 시민 60명을 대상으로 6주간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열흘만에 137명이 지원했다. 서민영 서울디지털재단 미래사업팀 책임은 “돌아다니다보면 전광판 등에 시내 미세먼지 농도 측정 수치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건 ‘우리 집’ 수치는 아니다”라며 “그런 차원에서 자신과 가까운 데에서 재보자는 수요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환경 당국이 발표하는 미세먼지 측정값을 보완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상돈 서울디지털재단 전략기획팀장은 “미세먼지 측정소가 실제 시민들의 생활 공간에 없는 상태이다보니 기존 데이터의 보완으로서 세부적이고 작은 단위의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도시대기측정망의 설치 기준은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2016년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에 규정돼 있다. 지침에 따르면 시료채취구의 높이는 원칙적으로 사람이 생활·호흡하는 높이인 지상 1.5~10m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외부 조건에 최대한 영향이 적은 곳을 택해 높이를 조정할 수 있다. 이때 높이는 30m를 초과하지 않게 했다.
그런데 송옥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도시대기측정소 25곳의 시료채취구 높이 평균은 15m로, 지침에서 규정한 것보다 약 5m가 더 높았다. 서대문구와 마포구에 설치된 측정소는 각각 24.6m와 27.8m로 20m를 훌쩍 넘었다. 또 당국이 발표하는 오염도는 한 시간마다 한 차례 발표하다보니 실시간 정보를 알고 싶을 경우에는 휴대용 측정기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휴대용 측정기의 데이터는 정확할까. 휴대용 측정기 2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B회사의 경우 올해 7달동안 측정기 약 2400개를 판매했다. B회사의 정아무개 마케팅 부장은 “수 천만원이 넘는 TSI 계측기나 ‘그림’사의 측정기와 비교해봤을 때 수치값이 90% 이상 일치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도시대기측정망 설치 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관계자는 “최대 30m 높이를 초과할 수 없게 했던 규정을 20m로 강화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며 “환경부의 검토가 끝나면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정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설치돼있는 측정소에 더해서 일시적으로 측정이 필요할 때 활용되는이동측정차량을 이용해 측정값을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