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부가 1982년 미국으로부터 시위 진압용 전기충격봉을 수입하려다가 취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장비는 당시 시위 진압뿐 아니라 고문 및 취조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미국 국무부가 수출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미국 주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보도됐다.
5·18기념재단은 지난 7일 미국 UCLA 동아시아도서관에서 수집한 5·18민주화운동 관련 자료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 재단이 수집한 자료 중에는 워싱턴포스트가 1982년 9월12일 보도한 기사 “미국 국무부 항의에도 한국은 전기충격봉 500개를 갖게 된다”가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국무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레이건 행정부가 한국에 집회 통제를 위한 전기충격봉(electric shock baton) 500개를 수출하도록 승인했다고 행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전기충격봉을 “소를 몰 때 쓰는 장비와 비슷하다”며 “인체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고압 전류가 흐른다”고 묘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1981년 1월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정치적 의사표현을 금지하고 있다”며 국무부의 한국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에서 고문에 대한 주장이 많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조지 슐츠 당시 국무장관도 말콤 볼드리지 당시 상무장관에게 수출하지 않도록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미국 상무부는 1982년 9월8일 수출 허가를 내줬고, 9월20일 한국 정부는 장비 구매를 취소했다. 그 사이 9월17일에 뉴욕타임스는 “한국인들은 고전압 전기 충격기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에서 미국 정부가 전기충격봉 수출을 잠정적으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9월17일 보도에 따르면 수출이 미뤄진 이유를 “미국 국무부와 의회가 이 같은 행위를 정부의 인권 신장 방침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항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슐츠 국무장관과 볼드리지 상무장관 사이에 “국무부가 인권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그러한 판매가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졌다.